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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가면 쓴 교수들과 <조선일보> 칼럼
작성자 운영진 작성일 2002-12-13
IP 211.218.73.144 조회/추천 3086/0
오마이뉴스 기사입니다.-편집자

한나라당 자문교수들의 조선일보 칼럼 쓰기

조선일보의 칼럼에서 가면 쓴 교수들이 무도회를 열고 있다. 가면은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표정인데 본 얼굴은 전혀 딴 판이다. 참으로 근엄하게 꾸짖고 냉정하게 비판하는 가면은 '진짜'처럼 보인다.

조선일보의 사설처럼 드러나게 편향적이지도 않다. 대놓고 특정후보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칼럼을 읽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가면놀이'였다. 가면의 이마에 서울대학, 경희대학, 고려대학이라는 브랜드가 붙어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는 자연스럽다. 가면놀이의 주인공은 서울대 오세정 물리학 교수, 경희대 정진영 정치학 교수, 고려대 박영철 경제학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왜 이들 칼럼니스트들이 '가면놀이'의 주인공들인가. 이들은 하나같이 한나라당과 이래저래 관계를 맺고 있는 교수들이다. 먼저,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신문에서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교육분야 정책 공약은 학계와 교육 현장의 전문가들이 총망라돼 만들어졌다.…오세정 서울대 교수는 대학교육 정책을 가다듬었고…(한국일보 11월16일 9면)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후보의 학계 자문그룹에 속한 정진영 경희대 교수, 000 등은 실무작업을…수시로 조언했다(한국일보 11월7일 9면)

이후보의 외부자문 그룹은 범위와 규모에 있어 당내 인맥을 압도한다.…모세혈관처럼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자 그룹으로는 박영철(고려대)…(국민일보 12월9일 5면)

위의 내용은 최소한 언론들이 오보를 하지 않았으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칼럼을 썼는지 살펴보자.

오세정 교수는 12월6일 조선일보 7면 아침논단에 '대선은 패키지를 뽑는 것'이라는 칼럼을 썼다.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 조선일보 12월 6일자 아침논단

ⓒ 조선일보 PDF

"...정책들을 제대로 집행할 인재들이 주위에 있느냐는 것이다…이 정부 최대의 실정이라고 지적되는 의약분업과 교육개혁의 경우도 이러한 용인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은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한 패키지를 뽑는 것…우리나라도 이제는 후보자 개인의 인물이나 정책과 더불어, 주변 인사들의 능력도 같이 고려해서 투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를 비판하고, 현 정부의 실정을 언급함과 동시에 대통령의 선택 기준을 강력하게 제시한다. 문제는 이런 선택기준을 왜 제시했는가이다. '현 정부는 인재가 없었다. 그래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인재가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 노무현 후보는 분명히 아니다. 현정부의 한 때 '인재'였으니까. 그럼 권영길 후보나 이회창 후보일 것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면 이 후보다. 오 교수가 이 후보의 정책을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정진영 교수하면 몰라도 조선일보 지난 12월9일 시론 '권영길 후보와 민노당의 약진'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 칼럼을 쓴 장본인이 정 교수다. 당시 정 교수는 '청탁이 와서 여러 사람을 소개했는데 결국 내가 쓰게 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형적인 넌센스다. 이 후보의 자문그룹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권 후보와 민노당에게 칭찬과 격려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아무리 '본란(本欄)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는 칼럼이라도 조선일보답지 않게 부정적인 표현이 한 문장도 없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 다수의 경계심이 크게 약화되었다. 공산권의 붕괴와 세계적 탈냉전,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가 국민 다수를 '적색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게 했다.…민노당이 스스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권 후보의 약진은 이번 대선의 의미있는 관심사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한겨레신문의 기사가 아니다. 하늘에 두고 맹세하건대(?) 틀림없는 조선일보 시론이다. 특히 칼럼 마지막에서 '대선의 의미 있는 관심사'라는 문구는 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의심했던 것처럼 권 후보가 노 후보의 표를 침식해서 이 후보의 당선을 축원하는 관심인지, 진심으로 진보정당이 정 교수의 말대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이 관심사인지 헷갈린다. 만약 전자라면 민주노동당의 약진에 조선일보와 정 교수가 재 뿌리는 짓이며 권 후보와 지지자들을 한껏 모욕한 것이다.

박영철 교수는 12월12일 조선일보 시론 '비전 못 보여준 경제토론'을 쓴 장본인이다.

수도이전은 이미 찬반이 크게 갈리면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한 차례 시도됐다가 여러 이유로 포기했던 정책이 다시 등장하면서 이러한 공약이 몰고올 파장을 우려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앞으로 6-7%성장은 모두가 자신 있다고 하지만 경쟁의 여건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산업을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여 동북아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전략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와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이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수도이전'에 대해서는 아예 '파장을 우려'하는 소리로 시작한다. 또 6-7%성장론은 이 후보와 노 후보 둘 다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 놓고 청사진이 나오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대상은 노 후보의 '동북아 중심 국가' 공약만 지명한다.

대학교수의 칼럼이라면 논리적으로 최소한 앞뒤는 맞아야 정상인데, 앞에서는 둘 다 언급하고, 뒤에서는 특정 후보의 청사진만 요구하면서, 다른 후보의 청사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비논리적인 칼럼이다. 이 후보의 모세혈관에 속한 학자의 '욕심' 때문에 발생한 비논리체계가 아닌지 묻고 싶다.

비논리적인 글쓰기와 남의 정당을 은근히 칭찬하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글쓰기 그리고 교묘한 특정후보 지지 글쓰기로 드러난 이들 교수들의 칼럼이 조선일보의 데스크에 의해서 손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들은 '나는 공정하게 썼는데 조선일보가 가감첨삭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런 객관적인 체 중립적인 체 하는 글쓰기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수신분이라도 이들은 특정정당 관계자가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써야했다면 최소한 자신의 정당 관련성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가르치는 자로서의 윤리이자 칼럼니스트로서의 윤리이다. 특히 지금은 선거기간이 아닌가.

조선일보가 주최한 '가면무도회'는 가면 쓴 대학교수들의 비양심적 글쓰기와 어우러져 또 하나의 '비정상적인 칼럼'을 생산함으로써 언론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과제를 주고 막을 내렸다.

양문석 기자 yms7227@in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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