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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장기표씨 공천 논란에 대한 단상
글쓴이 노무현 날짜 2002-07-12 오후 5:07:00
IP Address 61.73.125.230 조회 /추천 4355/255
장기표씨 공천 논란에 대한 단상


1.

아침 신문을 펼쳐들자 몇몇 기사들이 나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헌정회 원로들 쓴소리]라는 제목도 보이고, [흔들리는 노무현]이라는 큰 활자도 있다. 짧은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그 기사들의 한 귀퉁이에서 장기표씨가 '노후보는 나의 공천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는 기사를 발견한다. 답답한 심정이었다.

장기표씨는 나에게는 고향 진영중학교의 2년 선배가 된다. 특별히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원수질 일도 없는 사이다. 아무튼 장기표씨는 나에게도 숱한 고난을 감내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 분과 마치 큰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보다 더 가슴아픈 일은 장기표씨의 입당 과정에서 생겨난 근거 없는 추측이었다. 장기표씨가 나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내가 그를 공천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장기표씨의 공천을 받아들이면 나는 더 큰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주문, 또는 그런 주장이었다. 답답했다. 나는 장기표씨가 썼다는 문제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고 기억하지도 않고 없는데, 또 하등 사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나 배경도 전혀 없는데, 왜 그런 이야기가 회자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정작으로 내가 느끼고 있던 고민은 사실 다른 데 있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 고민을 토로할 입장도 못 되었다. 진퇴양난이었다. 말을 하자니 대통령후보가 나서서 공천에 개입하는 인상을 줄 것 같았고, 가타부타 않고 가만히 있자니 사적 감정 때문에 공천에 반대하는 '속 좁은 사람'이 될 지경이었다. 애꿎은 속만 타들어 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오늘 아침까지의 심경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답답증을 더해준 장기표씨의 입장 표명이 다른 한편으로는 나에게도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문제가 공론화 되었고, 나도 조심스럽게나마 고민을 털어놓을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2.

6·13지방선거가 참패로 끝난 후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었다. 생각의 화두는 '이대로 민주당이 주저앉는 것인가?'였다. 뒤집어 말하면 '어떻게 해야 국민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였다. 물론 해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 수준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민주화세력의 큰 기둥이었던 YS와 DJ는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받았거나 지금 심판대 위에 올라있다.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대안은 누구인가? 그래도 이 땅의 변화와 개혁을 주도했던 운동권세력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 운동권 특유의 순수성에 더하여 미래를 열어갈 시대정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풍부한 상상력', '창조적 아이디어', '수평적 사고'와 같은 명제들이다.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열어갈 시대정신을 지닌 대안을 어디 가서 찾을 것인가? 또 그런 인물들이 과연 선뜻 우리 당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에게 선택의 근거를 제공할 만큼 우리는 당당하고 또 순수한 것일까? 그런 고민의 한가운데에서 장기표씨의 입당을 맞이하게 되었다. 고민 속에 몸을 움츠리고 있던 우려가 마침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장기표씨의 공천은 곧 이번 8·8재보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말하자면 민주당의 선거 컨셉이 되는 셈이었다. 갑작스레 걱정이 밀려왔다. '과연 장기표씨가 대표주자로 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국민들은 운동권적 순수성에 더하여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혹시 순수성 자체에 대해서도 시비가 제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장기표씨의 입당을 앞두고 몇몇 사람들이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의견없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분명하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도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똑같은 대답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럼 대안이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안을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 비교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 평가의 문제가 아닌가? 게다가 '나와 가까운 사람은 배제한다'고 한 마당에 내가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상이 장기표씨 공천 문제를 둘러싼 내 고민의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전말이다. 이 기회를 빌어 간략하게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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