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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전경련 포럼 초청강연 노무현 후보 연설문
글쓴이 노무현 날짜 2002-07-26 오후 8:07:00
IP Address 152.99.30.80 조회 /추천 3890/255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 전경련 제16회 제주 하계포럼 초청강연 노무현 후보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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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변화의 시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제단체장과 기업인, 그리고 금융인, 언론인 등 각 분야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역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저를 초청해 주셔서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신 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님과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월드컵 4강진출로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난관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룰 수 있는 한국인의 저력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국민적 단합이 얼마나 강한 힘이 되는 지, 또 지도자의 소신과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월드컵 4강진출로 고조된 국민적 자신감을 한국경제의 도약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월드컵 승리의 교훈을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로 확산시켜야 할 것입니다.

어 려 운 자리에 초청을 받아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습니다만, 이번 행사의 주제인 "변화의 시대, 성장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에 제 강연 내용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1. 경제환경의 변화와 기본적 대응전략

먼저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대내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큰 흐름만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적으로는 경제의 세계화와 함께 지역블록화가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중국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아시아 후발개도국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경제의 내용 면에서는 지식·정보화가 놀라운 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몇 가지 시대적 조류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데올로기나 색깔론 등 이념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삶의 질과 문화, 사회문제 같은 실질적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실용적 추세가 뚜렷해 졌습니다. 또 분권화와 다양화로 창의와 자율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냉전이 사라지고, 지역분쟁과 인종·종교갈등, 테러, 마약문제 등이 새로운 위협요소로 부상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와 풀어야 할 과제는 비교적 명쾌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여서 간단하게 제목만 열거하겠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국가의 비전은 한마디로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누구나 살고싶어 하는 나라를 이루려면 대체로 10개 정도의 핵심적 전략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역동적 경제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사회 튼튼한 안보 생산적 정치 겸손한 권력 경쟁력 있는 교육 안전하고 편리한 제도 자유로운 인간의 구현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 쾌적한 환경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가 될 것입니다.

지속적 성장은 크게 기술혁신과 지식기반사회 구축, 지속적 혁신의 시스템화를 통해서 추진하게 됩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잘 아시다시피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극미세기술), ET(환경기술), ST(우주공학기술), CT(문화산업) 등 미래형 신산업을 체계적으로 키워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전통산업의 지식정보화와 소재·부품산업의 육성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와 과제에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2. 한국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국민적 합의

우리 경제는 지난 30년동안 국내총생산 규모가 2백배 성장했습니다. 서구에서 3백년 걸린 산업화를 우리는 30년만에 이룬 것입니다.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훌륭하게 극복했습니다. 특히 외환위기 때는 너나없이 금을 내놓는 놀라운 애국심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IMF의 지원금을 앞당겨 갚는 세계경제사의 신기원을 이룩했습니다. 최근 국제경쟁력의 요체가 되고 있는 정보화는 오히려 서구국가들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게 봅니다. 시련과 질곡이 있겠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원은 빈약하지만 위기 때 뭉치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성취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민족적 역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적정한 삶의 질을 확보하고, 안정된 미래를 설계하려면 향후 10년간 최소한 연평균 5%이상의 성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10년간의 성장에 대해 민간과 국책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연평균 4%대 중반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 수준을 다소 웃도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이룬 성취의 경험과 국민이 보여준 역량은 초과달성에 대한 믿음을 주고도 남습니다.

Ⅱ.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문제는 경제의 질적 기반입니다. 외형적 성장수치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투명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부(富)와 기회가 창출되고, 그 수혜를 모든 경제주체들이 균형되게 누리는 경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더 오래,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고, 더 튼튼한 경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많은 폐해를 누적시켜 왔습니다. 경제·사회의 구석구석에 뿌리내린 불투명과 불균형, 불합리, 비효율, 불화의 요소들입니다. 이것을 청산하지 않고는 미래로 전진할 수 없습니다. 원칙과 투명성, 대화와 타협, 신뢰와 통합의 경제를 이루어야 도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정의합니다. 한국경제 업그레이드를 위한 새로운 성장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세 가지 핵심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효율적 시장의 구축입니다. 시장기능이 온전하게 작동하는 경제질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둘째는, 건강한 성장의 구현입니다. 다른 부분을 지나치게 잠식하거나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된 경제를 말합니다. 계층과 지역간의 갈등이 없어지고,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향유하는 고른 성장입니다. 국민적 역량이 번영과 도약에 응집되는 통합의 경제, 참여의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는, 동북아 중심국으로의 도약입니다. 앞의 두 가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뿌리라면, 동북아 구상은 소망하는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과 건강한 성장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엔진의 보강을 통해 역동적 경제를 만듦으로써, 동북아 시대를 주도하는 국가로 우뚝 서자는 것입니다.

1. 시장기능이 온전하게 작동하는 "효율적 시장"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시장은 자유롭고 공정해야 합니다. 경쟁의 질서와 원칙이 준수돼야 합니다. 기업 경영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합니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시장과 기업엔 미래가 없다는 데, 여러분도 동의할 것입니다.

저는 모든 규율은 시장기능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경제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은 각 경제주체의 몫입니다. 시장과 기업에 개입하는 정부의 권한과 기능은 적을수록 햤윱求? 이런 측면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는 획기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돼야 합니다.

우선 관치(官治)의 잔재로 남아있는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합니다. 규제의 내용을 보면 과거 관 주도시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주로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사항에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 공익적 가치에 심각한 위해를 주지 않는 한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규모나 입지, 사업요건, 가격 등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행정지도 형태로 기업에 요구하는 준조세도 근절돼야 합니다.

다음으로, 애매모호한 규정을 정비해야 합니다. 요건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관청이나 담당자의 자의적 해석을 유발하는 것들을 말합니다. 확실하게 신고제로 규정해 놓고도 허가제나 다름없이 운용되는 제도가 이런 사례입니다. 내용이 분명치 않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관청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이것이 부조리와 유착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규정은 명확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공권력의 특혜도, 부당한 보복도 불가능해 집니다.

반면, 반드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사안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규제입니다. 환경이나 안전, 인권, 안보, 질서유지 등과 관련된 규제들입니다. 이것은 공동체의 삶과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기본적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질서유지를 위한 국가의 기능이 있습니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의 권한남용 방지와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독과점에 대한 관리, 회계 및 경영 공시, 투자자와 소비자·소수주주 보호제도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사안에 최소한의 질서유지 장치마저 없을 경우 시장은 힘에 의해 지배될 것입니다. 약자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시장기능의 보완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취하고 있고, 권장하는 "글로벌 기준"이기도 합니다.

또 국가경제의 특수성이나 시장기능의 미비로 한시적으로 규율을 두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시장이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지 못하거나, 성장과정의 왜곡으로 시장에 질서유지를 일임하기 어 려 운 경우에는 여건이 갖추어 질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국가가 간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 제도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분간은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제도는 일부 대기업집단에 한해 과거와 같은 무리한 업종확대와 선단식 경영을 지양하고, 핵심역량에 집중토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투자"를 막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예외조치를 두어서, 이 제도 때문에 핵심사업에 지장을 받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출자총액제한에도 불구하고 출자액은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도 IMF이후 줄어들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시장구조는 그리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상위 거대기업의 매출점유율이나 자산점유율, 증권시장 시가총액점유율 등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중소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만일 강력한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아무런 제한 없이 중소기업의 시장을 위협한다면, 과연 여러분은 얼마나 견딜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은 결정적 원인중의 하나가 대기업의 무리한 외형확장과 선단식 경영 때문이었습니다. 국제자본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기업과 시장을 믿음직스럽게 보지 않습니다. 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정하게 힘을 겨룰 수 있을 만큼 시장과 기업의 역량도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이 제도를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기업인 여러분.
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크기를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행위와 관행을 문제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불투명하고, 책임 없는 행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똑같이 규제돼야 합니다.
저는 기업의 크기에 따라 경영을 제한하는 규제들은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출자총액제한과 같이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규제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존치 시기와 조건을 달아서 운영할 방침입니다. 정부 규제부터 투명하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을 잘 아실 겁니다. 시장과 기관투자가의 감시와 견제기능이 가장 발달한 시장경제의 모델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시장의 견제와 감시기능은 취약합니다. 금융감독기관의 감독기능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기관투자가의 평가와 분석능력도 미흡합니다. 소수주주의 참여는 제한돼 있습니다.

2. 모두 함께 하는 "건강한 성장"

경제인 여러분.
그동안의 압축성장은 각 분야에서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빚어 놓았습니다. 빈부격차와 지역간의 성장 격차, 노사간의 거리를 벌려놓은 것입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망국적 지역감정과 각종 집단이기주의 또한 이러한 피해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균형을 회복하지 않고는 안정된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경제와 사회의 토양이 건강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습니다. 빈부격차와 지역갈등, 노사대립으로 경제가 피폐해진 사례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전통적으로 분배와 복지를 중요시하던 서구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일제히 신중도 노선으로 돌아서는 과정을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그들은 과거 사민 정당 시절 몇 가지 중요한 오판을 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평등을 물질적 재분배의 개념으로 보았습니다. 복지를 위한 재정지출은 많을수록 좋다고 보았습니다. 정부의 능력을 과신하고, 기업과 개인의 역량을 소홀히 했습니다. 결과는 경제 침체였습니다. 결국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모색하는 신중도 노선으로 돌아서 경제를 살렸습니다.

평등은 소득과 자원의 균등한 재분배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습니다. 분배는 "기회의 균등"을 주된 수단으로 삼아야 합니다. 단순한 소득이전이 아니라 일할 기회와 능력을 확충해주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교육과 훈련제도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중요한 방책이 될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배가 성장에 부담을 주어선 안 됩니다.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분배 없는 성장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분배가 늘어나면 수요도 그만큼 확대됩니다.

분배가 성장을 자극하고, 다시 성장이 분배의 몫을 키우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입니다.

분배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저는 "성장론"과 "분배론"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사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대통령후보 보다 분배문제를 강조합니다. 그것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고, 점점 더 심각해 지고있기 때문에, 더 악화되기 전에 빈부격차 개선과 저소득층의 삶의 질 확보 문제에 대해 좀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사관계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우리는 노사문제를 처리하는 공정한 규범을 세워야 합니다. 법은 공정하고 엄격하게 집행돼야 합니다. 사용자가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근로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노사간의 신뢰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공정한 규범과 신뢰의 토대 위에, 지도자가 중재와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노사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높여 나가면 노사관계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지역 문제도 "균형"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몇 가지 중요한 시설이나 기관을 지역을 골라 나눠주는 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수도권이냐 지방이냐, 영남이냐 호남이냐 하는 위치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이 자주적인 권한과 재원, 두뇌를 확보해 중앙과 균형된 역량을 갖고, 자생적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경제가 안정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대립구조가 청산돼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갈등이 해소되면 국가의 역량이 성장과 번영에 결집되고, 국민통합의 시너지효과가 창출됩니다.

저는 이것을 "통합과 참여의 경제"라고 말합니다. 제가 국민통합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1∼2%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3. 동북아 중심국으로의 도약

경제인 여러분.
우리는 다극화하는 국제경제 질서 속에서 새로운 위상과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세계질서는 경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종국적으로는 북미와 유럽연합, 아시아의 3극체제로 귀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 가운데 동아시아 경제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물동량중 둥북아의 비중은 조만간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지역은 그 자체로 인구가 무려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시장입니다.
동남아시아의 거점인 싱가포르나 유럽의 물류거점인 네덜란드에 비해 배후인구가 약 4배나 됩니다.

다행스럽게 우리의 환경은 매우 유리합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서 기간항로 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륙으로 연결되는 철로의 기점입니다. 또 인천국제공항 등 물류시설도 상당히 확보해 놓았습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43개나 되고, 세계 최대의 잠재시장인 중국을 배후지역으로 두고 있습니다.

중국보다는 우월한 시장경제 체제이면서 일본보다는 유연한 경제 체질을 갖춘 것도 강점입니다.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과 정보통신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수준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수준인 점도 유리한 요소입니다. 일본의 첨단기술과 거대한 자금공급 능력, 중국의 노동력과 잠재시장을 합친 시너지 효과가, 한국의 경제기반과 경제개발 경험을 매개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기적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실물경제 및 금융질서의 안정을 위해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내수시장 규모가 협소하고,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국제화 수준과 영어의 사용, 국민의 삶의 질 면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노사관계 불안, 시장과 기업의 투명성 미비도 장애요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해소한다면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거점(business hub of Asia)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동북아시아 차원의 물류시설과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인프라 등 하드웨어적 기반을 확충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국제화의 수준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선작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북아 시대를 우리가 주도하려면, 남북간의 화해협력은 기본적인 명제가 됩니다. 한반도의 정치적·군사적 안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여건을 잘 갖추어 놓아도 외국기업이 들어올 리 없습니다. 또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지를 활용하고, 유라시아와 연결한다는 측면에서도 남북간의 교통망 연결은 필수 과제입니다. 우리는 북한을 동아시아의 일원으로 포함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나아가 남북한 경제통합의 환경을 조성하고, 통일의 기초를 다져야 합니다.

동아시아 국가는 경제력과 발전단계, 경제제도에 차이가 큽니다. 문화적 이질성과 역사적 감정도 남아있습니다. 동북아 협력은 우선 한·중·일 3국의 경제협력체 구상으로부터 출발하되, 매우 느슨하고 낮은 단계의 제도화부터 진행한다는 게 저의 구상입니다.

한국은 여기에서 주도적으로 의제를 제시하고, 당사국을 연계시키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조정자로써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구상을 포함한 구체적인 "동북아 중심국 전략"을 8월말까지
여러분들에게 제시하겠습니다.

Ⅲ. 정치개혁과 부패청산이 선결과제입니다

존경하는 기업인과 언론인 여러분.
우리는 불과 20여년 전까지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정치 얘기를 하면 잡아가고, 지식인이 숨죽여야 했던 것이 15년 전의 일입니다. 이젠 "민주화"를 위해 대학생이 거리로 나오지 않습니다. 자욱하던 최루탄 가스도 사라졌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선도로, 대통령 후보를 국민경선으로 선출하는 제도가 이 땅에 도입됐습니다. 상향식 공천의 길도 열었습니다. 민주당은 특히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적어도 민주당에는 제왕적 통치자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서구에서 200년 걸린 민주화를 우리는 20년만에 이룬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의 시스템을 혁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패구조의 고리를 끊지 못했고, 정치의 내용이 정쟁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정치 환경을 바꾸어 보려고 합니다.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로 업그레이드시키려 합니다. 희망의 정치를 열어 보이겠습니다. 제가 역점을 두는 정치쇄신의 방향은 저비용 정치입니다. 돈 안 드는 정치제도, 투명한 정치자금, 생산적 정치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법정선거비용을 준수하겠습니다. 정치 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해 내겠습니다. 역사상 법대로 돈을 쓰고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이 돼 보겠습니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한 정치자금의 투명화도 추진해야 합니다. 정당제도와 의회제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 등 시스템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도 높여야 합니다. 폐쇄에서 개방으로,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권위에서 분권으로 이행하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정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경선과 당·정분리로 한국정치사를 새로 쓴 민주당은 혁신적인 정치쇄신과 부패방지 제도화로 또다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Ⅳ.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은 확연합니다.
그것은 "투명" "통합" "자율" "화해"로의 전진입니다.
"부패" "갈등" "권위" "냉전"은 이 땅에서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방향이 옳고 바뀌어야 하는 데도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불행입니다.
오히려 세상이 바뀌지 않게 하려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정치세력마저 있습니다. 권력을 나누려하지 않고, 갈등과 분열을 자극하는 집단입니다.

경제인 여러분.
망국적 대립구조와 반기업적 부패구조, 반시장적 불투명구조가
지금 이대로 지속돼도 되겠습니까.

맑은 시장, 사랑받는 기업, 화합하는 노사의 환경이 구축돼야 합니다. 기업인이 당당하게 돈을 벌고, 부자가 존경받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가문이나 학벌, 연고가 아니라, 능력과 노력으로 승부하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정치가 투명해 지고, 정치인이 원칙과 소신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저는 행복한 나라, 국민이 살고싶어 하는 나라를 이루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소망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저는 확실하게 바꾸겠습니다.
의지를 갖고 도전하겠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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