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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초청 오찬회의 연설
글쓴이 노무현 날짜 2002-10-30 오후 5:40:00
IP Address 211.38.128.222 조회 /추천 4914/255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북아 핵심국가
- 한국 경제성장 전략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노무현
2002년 10월 29일


존경하는 각국 대사님, 주한 유럽상공인, 귀빈 여러분!

한국과 유럽연합의 공동번영과 우호증진에 노력하시는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회원 여러분의 노고를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신 데 대해, 디에트마르 지이거 회장님과 EUCCK 이사회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또 이 오찬회의를 준비하는데 여러 가지로 애써주신 EUCCK 사무국의 그라우어 사무국장님, 지동훈 이사님, 또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 대사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저는 한 외신 기자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저는 외국인 투자, 한국의 노사관계,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저의 평소 의견은 항상 확고하였습니다만, 아마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 중에는 제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 매우 궁금하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의 질문들은 제가 추구하는 경제관이나 경제성장전략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제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경제관 그리고 향후 한국경제성장 구상에 대해 여러분께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경제관은 한마디로 한국경제의 기본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입니다.

먼저, 시장은 자유롭고 공정해야 하며, 기업경영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합니다.

시장은 경제의 최종감시자로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 기업은 경영내역을 명확하게 공시하고, 중립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대체로 재벌개혁을 통해서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재벌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투명한 기업과 공정한 시장, 이것은 한국에서 아직도 우리가 이뤄내야 할 과제이면서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정부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 점 역시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 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규율은 시장기능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경제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은 각 경제주체의 몫입니다. 즉 시장과 기업에 개입하는 정부의 권한과 기능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저는 관치경제의 잔재로 남아있는 규제, 내용이 애매한 각종 조항, 근거가 희박한 준조세 등을 과감히 폐지하겠습니다.
다만, 환경을 위한 규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규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시장질서를 지키는데 있어서도 독과점 관리, 회계와 경영내용의 공시, 투자자와 소비자, 소액주주 보호제도 등은 정부가 앞장서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관행, 시장질서, 규제 이 세 분야에서 한국경제가 국제적 모범 수준으로 발전할 때 한국 경제성장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연합 상공인 여러분!

저는 한국경제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약 5% 정도의 잠재성장능력 외에 △재벌개혁과 시장선진화 △동북아 핵심국 건설 △노사화합과 국민통합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등을 추가로 실천하면 연평균 7%의 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가운데 재벌개혁과 시장선진화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으므로, 이제 남은 시간동안 동북아 전략과 노사안정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말씀드리고, 끝으로 기업환경개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동북아는 전 세계에서 잠재적인 개발여력이 가장 큰 곳입니다. 동북아시아는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지역입니다.

중국의 내륙개발과 러시아의 자원개발, 북한의 개방과 개발수요 등 엄청난 수요가 잠재해 있습니다. 이 사업들은 세계경제의 전반적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동북아시아 개발은행, 동북아 철도공사, 동북아 에너지협력기구 등의 다국적 지원기구를 설립하고, 동북아 정보·통신사업 표준화를 추진하는 등 국제사회와 함께 전개할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의 국가와 기업이 모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 사업들이 원만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입니다. 북한 핵을 포함한 군사적 긴장이 풀려야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기피하고, 조건을 앞세우는 냉전적 사고로는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없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만이 평화를 구축하고 국가와 지역과 그리고 세계를 위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대화와 평화를 위해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노사화합입니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해서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좋은 노사관계는 근본적으로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갈등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대화와 타협을 위한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기반도 취약하고, 조정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습니다.

노사화합을 촉진하기 위해 저는 우선 노사간의 대화를 위한 사회적 틀을 다지겠습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노사정 위원회를 상설적인 정책 협의기구로 격상시켜, 명실상부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당선되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고용안정 등에 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겠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치열하게 대립하지 않도록, 사전에 합의의 틀을 만들어 두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오랫동안 노사현장에서 노사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중재해 온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파업 같은 대형 파업현장에서,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노사 양쪽에서 신뢰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재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또, 1999년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매각하도록 주선한 것도 저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공장가동이 중단된 삼성자동차 문제는 당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르노의 삼성차 매입을 국부유출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대중적 정서에 영합하여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지만, 저는 인내심을 가지고 근로자와 시민단체, 주주, 관계당국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외자유치를 이뤄냈습니다. 이 일로 부산의 시민단체에서 감사패를 받았는데 저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근로자나 시민의 이해가 걸린 큰 일에, 정치인이 소신을 갖고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노사문제에 관한 한 저는 의지, 지도력, 경험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만족스러운 혜택을 이해 당사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노사화합과 관련하여,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한국에서 처음 사회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이미 노동자들에게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받아들이자"고 설득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이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해 나가겠습니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기본권에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면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 신뢰할 것이고, 노동시장 유연화 작업은 서구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진전될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근로자들이 앞장서 노동의 유연화를 주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환경개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세계 어느 나라의 기업이 들어와도 편안하게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습니다.

우선 하드웨어를 확충하겠습니다. 여러 지역에 외국기업을 위한 특별지역을 조성하고, 외국인 편의시설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보강하겠습니다. 특별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주거여건과 생활환경, 자녀 교육여건, 언어사용의 불편함 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시장과 기업경영의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일치시키면, 한국은 동북아시아라는 거대한 시장을 배후에 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한국을 좀더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하여, 저는 한국에서 이미 기업을 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언제든지 경청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주한 유럽연합상공인 여러분!

저는 한국경제를 성숙한 시장경제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원칙이 바로 서고, 서로를 신뢰하며,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 가는 경제입니다. 이를 위해 안으로는 "국제적 룰"이 "보편적 기준"이 되도록 시장과 기업을 개혁하고, 밖으로는 "열린 경제"를 지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발전에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서 앞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주한 외국투자자들은 단지 투자뿐만 아니라, 비지니스 노하우, 문화, 지식, 그리고 인간교류로 한국 경제에 기여해 왔습니다. 앞으로 제가 좀더 좋은 한국, 즉 국민과 외국투자자들을 위하여 좀더 좋은 한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여러분들께서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을 희망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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