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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의 은행나무잎..원칙을 지킨다는 것..
날짜 2002-12-02 조회 1492
* 필자 : 직장인1

우여곡절끝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10학기만에 졸업하고 부딪힌 사회는 참으로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지방대학교 출신 대학생은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육개월동안의 취업준비기간에 알 수 있었습니다.
참담하고 절망스럽고 막막했습니다. 대학 시절 내내 후배들에게 민중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한걸음씩 전진하는 삶을 이야기했었지요.. 갑자기 무너진 집의 경제사정으로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와 취직준비를 하면서 쏟아졌던 비난과 위로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모두 제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앗습니다.
학교에서는 후배들에게 참 삶이 무엇인가를 떠들던 나약한 선배의 몰락으로..
사회에서는 제밥그릇도 못챙긴 무능한 고등실업자가 되버린 거지요..
거의 포기하고 있던차에 늙으신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써보라던 입사지원서를
접수시키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면접을 봤습니다. 이름만 대면 사천 오백만 국민이 다아는 내로라하는 대기업 회장이
제 입사지원서를 보며..그렇게 묻더군요..학생의 본분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분명 10학기를 다녔음에도 바닥을 기고 있는 저의 성적표와 자기 소개서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였지요..
면접을 보고 대구로 내려가 어머니 몰래 직업 훈련원에 등록해서 밀링이나 선반을
배워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을때쯤 믿기지 않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합격 통지가
왔습니다. 저도 울었고 어머니 아버지도 울었습니다.
95년 9월 이불보따리 하나에 옷가방 하나 달랑들고 서울역에 내리면서 결심을 했지요.
잘 살아보겠다고..이를 악물고 잘 살아야겠다고..
연수원에서 두달간의 연수를 마치고 제가 처음 발령을 받은 곳은 "노경팀"이었습니다.
직원들의 임금과 단체 협약..복리후생을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노조를 상대하는 부서의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주력공장에 파견을 나가 노동자들과 같이 생활하게 되었지요.
일을 시작한지 한달도 안돼서 자괴감에 빠지게 됐습니다.
공장 진입로에 노랗게 떨어지던 은행나무 잎을 기억합니다..
족히 1km는 됐던 그 진입로를 걸어 출근을 하다보면 그 은행잎보다 더욱 노란 얼굴을 하고
퇴근을 하는 나이어린 여공들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3교대로 쉴새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앞에서 노란 얼굴로 서있어야 하면서 월급은
내 절반밖에 되지않는 그녀들의 눈길을 피해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출근을 해야했습니다.
그녀들의 노란 얼굴과 내 혈색좋은 얼굴은 왜 틀려야 하는지..
문경에서 화순에서 충남당진에서 올라온 그녀들과 나의 차이는 뭔지..
밤마다 이불한채 달랑 놓여진 월세 십오만원짜리 자취방에서 소주를 비워야 했습니다.
자괴감을 느꼈지만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고 오랜만에 동네 방네 자랑을 하고 다닌 고향의
늙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뛰쳐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어느날 전경련에서 주최한 모임에 가방모찌로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도 은행나무가 날리더군요.. 생전 처음타보는 벤츠가 우아하게
그 은행나무 빗속을 헤치고 미끄러지듯 정지하고.. 얼음조각과 우아한 실내악협주가 있는..
듣도 보도 못안 음식을 조그만 접시에 들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그 틈에서 촌놈인 저는 기가 팍 죽었습니다.

아..그때 결심했었지요. 다 잊어 버리겠다고..
나도 은행나무잎이 비처럼 날리는 공장에서 노란 얼굴로 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라 얼음조각과
우아한 담소가 있는 이 세계로 편입되고 싶다고..
그 이후 후배들과 동기들..그리고 같이 고생했던 선배들과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출세를 위해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여섯시에 출근해서 열한시가 되서야 퇴근하고 악착같이 일을 만들어서 했습니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보다 승진도 빨랐고 부서도 기획실로 옮기게 되었고 올해는 나이 서른 넷에
과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외롭고 허전했습니다 밤마다 술을 마셨고 답답했습니다.

노무현을 만났습니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내가 잊고 살아왔던 것이..잊으려고 발버둥쳤던 것들이 결코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원칙을 버리면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노무현의 연설을 들으면서 찔렸습니다.
저는 성공하고 난뒤 같이 고생했던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 농민들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쉽게 당신의 젊은 날의 꿈과 이상을 포기했습니까?
당신은 왜 그렇게 쉽게 당신의 친구들 노동자 농민,,민중들을 버렸습니까?

요즘은 회사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민주당 경선 참여 엽서를 들고 후배들을 만납니다.
맥주 한잔 하자고...그리고 앞에 썼던 이야기를.. 맘속에 오래 묻어 놓고 있던 이야기를
고백합니다. 우리 앞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봐야되지 않겠느냐고..
얼큰하게 취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세상이 참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그러고 혼자 웃습니다.
노무현.. 당신은 참 모진 사람입니다...그래서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200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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