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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함께 바라보는 동북아 중심 국가의 꿈
날짜 2002-12-02 조회 2672
* 필자 : amharez

아시안게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편성되고 있는 시점에 한반도, 그것도 경부선에서 경의선 벨트로 이어지는 동북아 한반도 허브경제 라인의 시발점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을 주시하게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본주의 속성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미모의 북한 여성들로 구성된 응원단을 내려보낸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 서곡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불투명하였다. 그러나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재개되고, 그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연결공사 재개, 신의주 특구 계획 발표에 이르기까지 전광석화처럼 벌어지는 일련의 변화들은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가늠하게끔 한다.


우리는 지금 메달 순위 목표가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대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여기에 북한까지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들에 전체 메달의 90% 이상을 휩쓸 것이란 사실이다. 스포츠 대회의 성적이 그대로 국력을 나타낸다는 발상은 전체주의적 사고의 하나로 비판받고 있으나, 어찌되었든 국력 및 국가 잠재력과 일정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지는 동북아 국가의 메달 독식 현상은 작금의 아시아 국가의 위상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동북아 국가들의 질주는 어제 오늘 형성된 것은 아니다. 이미 70년대 미국과의 핑퐁 외교로 국제 사회 전면에 등장한 중국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었을지 몰라도, UN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정치 및 군사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일본 역시 전후 경제 부흥으로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대국으로서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경제 선진국인 G7의 일원이었다. 한국 역시 신흥공업국의 선두주자로서 무시못할 지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1986년에 치렀던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도 이러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메달 독식 현상이 나타났었고, 이러한 동북아 국가들의 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한 위치에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대접을 동북아 3국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나라는 두 말할 것 없이 분단으로 인한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정치적으로 엄청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였다. 북한과의 수교국 경쟁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조그만 소국에까지 재정 낭비를 무릅쓰고 대사관을 위치시켜야 했던 사실들은, 분단으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했던 여러 비용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일본은 전후 패전국이란 지위로 인해서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임에도 정치, 군사적으로는 전혀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기묘한 국가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국가적 지상 목표인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역시 몇 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요인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잃어버린 10년’이란 말로 표현되는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경제에서마저 새로운 국가적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낙후된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죽의 장막’이라는 유명한 말이 상징하듯이, 사회주의의 폐쇄성에다 천년 이상을 잠자오던 아시아적 생산양식이 나타내는 특유의 정체성이 우울한 국가이미지에 더해져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등소평의 그 유명한 어록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가 상징하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경제개혁을 이룩하고 있다. 섣부른 미국의 국제 경제 전망 보고서는 2020년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엄살마저 피우고 있다. 중국은 홍콩 반환으로 엄청난 동남아 경제 허브 인프라를 장악하게 되었고, 아세안 국가 곳곳은 물론 호주에까지 펼쳐져 있는 화교 자본을 기반으로 거대한 중화 경제권의 구상을 차근차근 실현시키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 국가들의 위상 속에서 3류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에 깡패국가로 낙인이 찍혀져 있는 북한이 있다. 1960년대까지 경제에 있어서 대남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북한은 자체적 체제 모순으로 인해 1980년대부터 완연한 쇠퇴의 길을 걸어 지금은 인민들이 굶어 죽어갈 정도로 경제적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역시 한중일 동북아 3국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중앙부분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를 절묘하게 이용해나가려 하고 있다.

북한이 핵 의혹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정학적 위치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정학상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 등 이른바 4대 강국이 필연적으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 수 밖에 없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위치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손쉽게 전쟁을 벌였던 미국을 여러차례 인내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북한이 지정학적 위치를 안고 미국에 벼랑끝 외교를 펼쳤듯이, 경제적 탈출구 역시 지정학적 위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경의선을 연결하여 통행세만 받아도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바로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구상이 가능했던 것은 동북아 3국의 경제적 위상 때문이다. 한중일의 경제적 성장은 이미 밀접한 경제적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결국은 3국 경제권의 협조는 세계화와 블록화 시대에 필연적 과정일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에 동북아 3국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일치하면서 서로 경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신의주 특구 장관으로 임명된 양빈 장관이 중국 당국에 연행되어 북중간에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은 이것을 잘 상징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이후 발표된 신의주 특구는 남한의 자본은 물론이고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배상을 통해 들어올 자본과 기타 투자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몇 달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남북 관계가 해빙되면서 합의된 경의선 철도, 그리고 덧붙여서 동해선 착공을 북한이 중시하며 합의했던 것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도 어느 정도의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동해선은 시베리아를 횡단 철도, TSR과 직접 연결되는 철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소외된 중국의 화풀이성 성격이 양빈의 실정법 위반 못지않게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을 둘러싼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에 와서 남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북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축은 다름이 아니라, 거대하게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 하는 엄청난 헤게모니 싸움인 것이다.

북한은 동북아 3국의 틈바구니에서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여 자신들의 경제 부흥과 체제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야를 남한의 경제로 돌려보자. 너무 진부하지만 남한의 경제 발달사는 1960년대에 노동집약적 경공업, 1970년대 자본집약적 중화학 공업, 그리고 8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 등이 한국 경제의 기관차 노릇을 해 왔다. 70년대 플랜트 수출까지 한다면서 자랑했던 중동 특수 등은 그때 그때 터져주었던 한국 경제 기둥의 역사를 돌이켜보게 한다. 많은 이들이 21세기 한국 경제의 주요 산업 기반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반도체 D램 산업은 그 효용을 다해가고 있는 것이 그것을 잘 상징한다. 우리가 짧은 시일에 선진국을 따라 잡았듯이 이 것 역시 중국이 빠른 시일에 우리를 따라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경제는 문외한이기에 섣불리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반도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이용하여 동북아 허브 경제가 우리의 살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한다. 유럽의 베네룩스 3국이 유럽 물류의 중심지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조해 나가고 있듯이, 한국도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과 남한 모두 자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나가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면에서 엄청난 유사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북한은 생존 전략 차원에서 남한은 새로운 경제 부흥의 활로를 개척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러한 허브 국가의 구상은 정부 차원에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많은 논란을 무릅쓰고 개항을 한 인천국제공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국내의 국제선 수요가 아니라 동북아 허브 공항이다. 미래의 여객기는 대륙과 대륙을 일자단위가 아니라 시간단위로 좁혀 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현재의 여객 시스템은 대륙 내에서 지선 연결정도의 개념으로 변화할 것이고, 대륙간을 몇 시간 내에 운행하는 여객기가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취항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허브 공항의 위치를 어느 나라가 잡을 것인가를 두고 대만, 일본, 한국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가장 우월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접점을 이루는 한반도인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 하는 고속 전철 사업 역시 허브 국가 구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고속전철은 한반도 남단의 여객 수송만을 위한 사업이 절대로 아니다. 어느 문민정부 관료의 회고담처럼 고속전철은 한반도 남단에서 저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유럽에 닿으려는 한민족의 원대한 이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인 것이다.

이제부터 노무현과 관련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러한 동북아 중심국가의 꿈을 완성할 수 있는 리더십을 소유한 정치지도자가 과연 누구인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노무현은 대선 후보로서 여러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주목하는 공약은 ‘허브 코리아’주장하는 “평화와 번영의 아시아 중추 국가” 구상이다. 익히 노무현의 혜안이 탁월함은 알고 있었지만, 이 공약을 보면서 나의 판단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이전부터 민주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강연에서 동북아 중심국가의 꿈을 설파하던 그의 구상들이 구체적인 공약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내가 놀란 것은 동북아 중심 국가 구상이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최고의 성공작으로 평가하고 있는 햇볕정책을 한층 더 원대한 전략으로 가다듬었다는데에 있다. 햇볕정책이 단순한 민족 통일의 구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한민족의 진취적 기상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동북아를 평화의 대립에서 평화와 안정의 구조로 바꾸고, 이곳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동북아 물류, 비즈니스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을 현실화시킬 방안을 포함되어 있다. 햇볕정책이 남북통일이라는 코드에서 동북아 통합의 원대한 이상으로 변증법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회창의 정책에는 이러한 동북아 중심국가의 이상을 살펴볼 수가 없다. 그의 혜안이 부족한 탓일 수 있지만, 남북한 사이에 엄격한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대북관으로는 도저히 동북아 중심국가를 이룩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륙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은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장벽일 수밖에 없다. 과연 엄격한 상호주의로 북한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과 같은 극우주의자들이 구상하는 북진통일이나 흡수통일로는 동북아 국가의 쇠퇴는 물론이고 한민족 부흥의 길을 영원히 박탈해버릴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한민족의 공멸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자본은 남한 자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고이즈미 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방북한 사실은 우리에게 상징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투자자는 남쪽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북한에게는 의미가 많이 쇠퇴했다 하더라도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북한이라는 장벽을 넘지 않고서는 동북아 중심국가의 꿈은 물건너 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노무현이 공약한 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 역시 “평화와 번영의 아시아 중추 국가” 구상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물류, 비즈니스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 서울 중심의 일극체제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서울의 교통란과 경부축을 중심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교통대란을 두고서는 도저히 이룩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불균형 성장에 기반한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 다중심국가로서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은 인구가 많고 땅덩이가 좁은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은 몇 십년 내에 노동력 부족현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강남의 15평 아파트 값이 5억을 호가하는 것은 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울 공화국의 심각한 폐해인 것이다. 수도의 충청권 이전 구상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특정 부위의 비대발전으로 인한 동맥경화 현상을 해소하여 한반도의 원활한 물류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반도 내에서 원활한 물류 이동이 가능할 때,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나 덧붙일 것이 있다면 노무현은 현재 존재하는 정치인 중에서 유일하게 조정과 중재의 리더십을 소유한 사람이란 점이다. 그가 1998년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현장에서 마주달리는 기관차처럼 대립하던 노사를 사이에 두고 불가능할 것 같던 합의안을 만들어 냈던 사실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요한 결정에 조정과 중재의 당사자로 나설 것임을 이미 천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리더십이 남한 내에 지역통합의 적임자로서 부상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 경제 통합에 이러한 리더십이 더욱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와 흐름과 함께 무시못할 세계사적 트랜드가 바로 블록화이다. NAFTA나 EU와 같은 경제 통합이 동북아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을 한 나라도 체결하지 못한 부끄러운 기록은 남한은 가지고 있다. 좀 있으면 남미의 칠레와 체결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으나, 경제적 효과는 상징적 의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인접한 동북아에서 블록화가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왕조의 교류가 이루어지던 유럽과 달리 동북아는 전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일제 침략의 기억, 북한의 존재 등은 동북아 국민 사이에 경제 통합의 구상을 어렵게하는 감성적 요인이 되고 있다.

해양세력인 일본과 대륙세력인 중국 사이에서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물론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상황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남북화해도 못하면서 동북아에서 조정과 중재 국가로서의 위상을 우리가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북을 놔두고서 동북아 경제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왜 이회창이 될 수 없는지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노무현의 진가를 남한 내 국민통합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지만, 이제부터는 시야를 동북아시아권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세계화 시대에 지도자를 고를려면 적어도 이러한 넓은 시야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미국하고만 친하면 된다는 식으로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회창을 지지해도 좋다. 그러나 21세기 변화하는 세계 조류 속에서 정확한 맥을 짚고 대한민국의 원대한 꿈을 이룰 지도자를 원한다면 노무현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은 미국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동북아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태평양 건너 미국만을 바라보고 살았지만, 경제 질서 중심으로 재편되는 21세기에는 절대로 그런 편향된 시각으로만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의 꿈을 꾸고 있다. 세계질서는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질서에 대응하고 이에 대처해 나갈 능력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19세기 말 동북아 질서의 변화를 돌이켜 생각해보자. 동북아의 질서는 중국 중심에서 일본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등장한 것이 대원군이다. 대원군은 집권 세력 내부에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여 새로운 개혁을 시도하려는 사람이었다. 중농주의적 실학 사상에 영향을 받았던 대원군은 양반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고 복식의 간소화 등 여러 눈부신 개혁 조치를 취했으나, 왕실 권력의 유지를 위한 그의 개혁 정책은 경복궁 재건과 쇄국정책처럼 퇴행적인 국가 정책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국내의 문제점들은 명확히 꿰뚫어볼 줄 알았지만, 세계적 질서의 변화를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시각이 한정되어 있었다.

이제 우리의 12월 대선을 바라보자. 아마도 이회창이 집권한다면 국내의 여러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여러 눈부신 개혁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반듯한 나라가 실현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질서를 수구세력을 등에 업고 창출해 나갈 수는 없다. 한국은 동북아시아 국가 일원의 새로운 물류 중심지로 거듭나야 하는데, 북한에 대한 적대와 미국 의존주의로 과연 이 험난함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절대로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노무현을 당선시켜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도래하고 있는데 냉전의 코드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무현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물품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저 유럽으로 실려 나갈 것이다. 물론 유럽의 물류 역시 한반도를 지나게 될 것이다.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들어오는 모든 자본과 인력은 인천공항을 통해서 동북아시아에 퍼질 것이며,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경제 메카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식은 고속전철을 통해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노무현에게서 동북아 중심국가의 꿈을 이뤄갈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200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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