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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은 웃고 다른 한쪽은 피눈물을 흘리는데...

내가 살고있는 이곳이 그렇게도 희망하는 조국인가?????
1.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자본, 학벌, 지역텃세가 철저히 지배하는 이
나라에서 돈도 별로 없고 고등학교 졸업생에다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 떨어진 바로 그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내 선배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겨워했고 맥주집 앞에서 춤을 추던 어떤 이도
있었다.

2003년 1월 9일 새벽, 세상이 노란 축제 물결로 뒤덮여 있을 때,
두산중공업 지회 노동조합원이며 민주노동당 당원인 배달호씨는 몸에 불을
당겼다. 홍세화씨는 "실제로 이 나라에는 두 개의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한겨레 1.19) 고 한다. 한 쪽 세상은 "1200명에 이르는
정리해고, 파업 이후 해고자 18명·징계 89명, 급여 가압류, 재산
가압류"가 날뛰며, 자본 횡포 앞에 파리목숨처럼 하루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노동자 세상이다. 다른 한쪽은 "개혁과 변화를 위해 무척 바쁜"
당선자 노무현과 함께 하는, 노란 황색 축제 세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인수위원회는 매일 TV화면을 장식하고, 노사모 해체여부를 묻는
내부투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무현을 지지한 개혁신당 유시민 전
대표는 고양시 덕양구 보궐 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지겠다며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꾼다. 언론은 이들에게 '신주류'라 이름을 붙였다.


2.노랗게 물든 신쥬류 세상 밑에, 잘 보이지도 않을 듯 까마득한 저 밑에,
노동자세상이 있다. '신주류'들이 '구주류'라며 비웃는 조선일보는 배달호
열사의 죽음을 두고, "애당초 문제의 출발이 노조측 불법파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1. 24 사설)고 "불법" 딱지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또 다른 '구주류' 중앙일보는, "지난해 두산重 쟁의도 상급
노동단체가 주도했으나 결과는 노조원들의 일방적 희생으로 끝났다.
상급단체의 정치투쟁으로 또 다른 노동자의 희생을 불러서는
안된다."(1.15 사설)고 "정치투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주류'의 수장, 세상을 노랗게 물들일 '위대한 개척자' 노무현
당선자는, "해고를 부드럽고 자유롭게 하도록 하겠다"며 경제인들,
자본가들의 배를 긁고 핥아주느라 여념이 없다. 그에게 노동자들은,
생계수단을 한 순간에 잃고 거리로 내 몰려도 "부드럽고 자유롭게"
해고되어야 하는 파리만도 못한 존재들이 아닌가!


이 사회 주류들이 바라보는 노동자들은 "불법 파업"을 일으키는 주범이며,
"정치투쟁"이나 일삼는 '폭력배'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노동의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드럽고 자유롭게" 해고되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인가? 그러면 노동자들은 왜 깡패처럼
"불법파업"만을 해서 '사회적 불안요소'를 만들어내는가?


3.우리는 1970년대가 아닌 2003년에 살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 필요가
없는 상위 20%는 70년대에 비해 정치적 민주주의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며,
지금이 얼마나 자유로운 세상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동자세상은 아직 70년대인 것 같다. 70년대에 노동자 전태일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노동 3권 보장하라'며 몸에 불을 붙였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이젠 노동 3권정도는 다 보장되고 있지 않냐고?


이 나라에 악명높은 노동악법은 1997년에 개정되어 지금에 이른다. 그 중
'직권중재'조항이 가장 악명이 높다. '직권중재'란,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통신사업을 필수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그러한
사업장에서는 쟁의행위(부분조업 거부인 태업이나, 파업과 같은 행위)를
하기 전, 반드시 노동위원회가 지명하는 '특별조정위원회'에서 15일
조정기간을 거쳐야 하며 이 기간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에 중재를 권고할 수 있으며,
이렇게 중재에 회부되면 이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노동조합법 63조)


곧 조정기간 15일, 중재기간 15일동안 합당한 쟁의 사유가 있어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렇게 노동자의 손발을 묶어놓을 수
있는 사업주는 교섭에 고의적으로 응하지 않는다. 물론 법에서는 사업주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하게 되어있지만, 돈으로 노동위원회를
얼마든지 구워삶을 수 있는 사업주는 그런 법(부당노동행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작년 보건의료노조 파업에서도 그랬고, 배달호 열사가
분신한 두산중공업노조 파업 때도 그랬다.


사업주는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노동조합원들을 강제해고시키거나,
노동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하며 조합에서 탈퇴하면
너는 해고시키지 않겠다고 꼬드기거나, 모여서 집회라도 할라치면
용역깡패들을 고용해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온갖 짓을 다 한다.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하게 되는 데, 때는 이때다!
사업주는 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한다. 즉시 파업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을 꼼짝없이 불법파업이 되는게 바로 이 순간이다. 이미 당할
때로 당한 상태, 수십명이 해고되고 징계가 되고 용역깡패에게 밟히고,
이렇게 노동자들이 물러설 때가 없는 상태에서 파업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여기서 파업을 중단하고 (잘난) 법을 준수했다고 하면 그
다음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기회조차 없다!


중재에 회부되면 노동위원회에서 중재위원회를 구성한다.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동위원회 위원가운데 (서로 합의한 것을 전제도) 3인을
지명하는데, 당사자도 아닌 중재위원회가 확정한 결정사항을
'중재재정'이라 한다. 이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곧 제 3자인 노동위원회가 지명한 중재위원회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가 대부분 사업자 편을 든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이
결정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4.이런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지키게 되면 노동자가 당할 만큼
당하고 나서도,노동조합이 깨질만큼 깨지고 나서도, 노동자에게 남는 것은
사업주에게 굴복하는 것 뿐이다. '직권 중재'조항 외에서 '긴급조정'이란
것도 있다. '긴급조정'은 '공익사업' 또는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에 대해 노동부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수 있다.
결정이 공표되면 즉시 쟁의행위는 중지해야 한다.


게다가 공표일로부터 30일까지 쟁의행위를 다시 할 수 없으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위원회에서 조정에 들어간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회부를 결정할 수 있고, 중재 이후 '중재재정'이
되면, '직권중재'와 마찬가지로 '중재재정'이 '단체협약'의 효력이 있다.
역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허용될 구석이 없다.


이런 법을 믿고 자본가들은 더 서슬이 퍼렇다.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떼로 몰려와서 떼를 쓰는 것은 떼법이다.
떼를 쓰는 노조에 승복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결뿐이다. 그래서 노동 3권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 아닌가? 그런 단결행동이 자본가의
눈에는 "떼를 쓰는"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5.어쨌든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불법파업을
감수하도록 현 노동법이 사주하고 있다. 이 불법을 빌미로 사업주들은
법원에 노동자의 임금, 부동산에 대해 터무니 없는 액수로 가압류를
신청하고, 법원은 즉시 가압류신청을 받아들인다. 잘 맞는 짝짝꿍이다.
국회는 '직권중재'니, '긴급조정'같은 단서 조항으로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막는다. 노동위원회는 사용자 편을 들어주고, 중재위원회니, 조정위원회니
하며 노동자를 회유한다. 법원은 가압류로 노동자의 임금을 빼앗고, 집과
같은 재산을 처분할 수 없게 묶어 놓는다. 이 나라에서 자본가는 이중
삼중으로 보호받고, 노동자는 삼중 사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노동자 잡아먹기 3박자춤을 추고 있다. 노동 3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 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자의 법이 아닌가!"(배달호열사
유서에서)


6.이 나라에는 노동 3권이 없다!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법률들
'직권중재'니, '긴급조정'이니 하는 조항들은, 단지 단체 행동권만 막는
것이 아니라, 단결권, 단체 교섭권까지 박탈하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이
법을 믿고 교섭에 응하지 않는데 무슨 단체 교섭이 될 것이며, 교섭을
못하는 노동조합이 친목모임이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국 단결권도
위태로운 것이다. 우리는 지금 70년대 '전태일열사'가 외친 구호를 다시
외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노동 3권 보장하라!"


황색 축제 물결 밑에 타죽은 노동자가 있었다.탄 건 그의 몸만이 아니다.
이 땅 천만 노동자들이, 관료들이 기만하고,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얼르고
달래고, 법관들이 엄포를 놓는 사이에,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몸에
불을 붙이고 싶은 심정이야 어디 배달호 열사 뿐이랴. 해고되고,
구속되고, 압류당하고, 사업주에게 굴복해 무릎 꿇고 살아가는 천만
노동자들이, 몸에 불을 붙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이며
입술을 짓 깨물고 있다.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황색 축제 물결, 위대한 '개혁'의 물결은 그저 보기
좋고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아닌가!


하니리포터 안철환 /independer@hananet.net




작성자 : 당당당[200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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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정규직이 잘려 나가는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김지연 2003-02-08 95
1 당선자의 말씀 한마디로 비정규직이 울고있어요 약한이.... 2003-02-03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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