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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 > 웹진 > 네티즌 칼럼 > 임흥재의 세상구경 > 그 여행의 기록


임흥재의 세상구경의 그 여행의 기록
'오페라의 유령', 단일화의 망령
가면이 필요없는 철면피 정치삐끼들의 비문을 새기며

내가 비록 이상한 우연으로 정치칼럼 비슷한 글을 자주 쓰지만 고백하건데 나는 어쩌면 정치혐오증 환자다. 한 번도 내가 그리 되고픈 적은 없었지만 이 땅의 정치인들은 대다수 국민들을 나와 비슷한 증상에 신음하도록 병들여 놓았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 만큼 건강한 내성으로 정치를 견디어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있어 정치란 천형(天刑)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형벌과도 같은 망국병이 골수에 찌든 탓인지 수시로 찾아오는 감기증상만큼의 경각심도 주지 못한 탓인지 딱히 고쳐야겠다는 결심도 하지 않고 산다. 그러니 정치란 병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에 정치의식과 유권자들의 예방수준은 한심한 지경이고 그 치료의 적기(適期)인 선거철이 되어도 매양 돌팔이들에게 표 던지며 우리의 세상을 정치삐끼들의 불법호객영업장으로 타락시키고 만다. 그렇다보니 만취한 주정꾼(유권자) 꼬셔들여 물탄 가짜양주 팔아먹는 악덕유흥업주(정치꾼)의 기괴한 소비문화가 성업중인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와 같이 가끔 이 병을 고쳐보겠다고 나름의 민간요법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이 사람은 절대 돌팔이가 아닐거야 하며 처방전을 충실히 따르기도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만다. 무엇보다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이 병의 특수성 때문이다. 올곧은 인간의 정신에 감화되지 않고는 치료하기 힘든 이 난치병에서 우리를 구제할 정신과 만나기는 갈수록 불가능해 보인다. 돌팔이 영업중이던 동네에서 무면허가 들통날 때쯤이면 저 동네로 옮겨가서 다시 개업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세상이니 이 돌림병의 상당부분은 우리들의 책임이다. 각종 의혹과 흉흉한 괴담이 오고가도 한나라정신병동의 병상은 모자란다. 입원을 예약한 정신병력자들도 한 둘이 아닌 모양이다. 그들과 비슷한 병력자들이 하소연하는 증세의 병명은 ‘단일화 공갈 후유증에 따른 가치혼돈증’이다.

내가 의술에는 문외한이기에 그래도 조금 수월한 ‘말’의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정신병력자들의 심각한 병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단일화’라는 말의 의미는 복수의 어떤 것을 단 하나로 만든다는 뜻이다.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이 쉬운 말이 정치인들의 입으로 옮겨가면 별 요상스런 의미들이 더해지고 급기야는 말의 뜻마저 모호해지면서 유령처럼 장안을 떠돈다. 단일화의 망령 곁에서는 ‘여론조사’라는 귀신이 함께 붙어 다니더니 이제는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선거의식이 그 귀신을 호곡하고 제물을 바치는 미치광이들의 굿판이 되고 말았다.

‘단일’하지 않은 ‘단일화’의 의미

김민석을 필두로 후단협 소속의 복면괴한들에게 있어서 단일화는 정몽준당으로 정당을 통합하자는 일당화를 의미한다. 겉에 내건 수구집권저지 반창연대는 그대로 정치삐끼들이 주정꾼을 불러 모으는 호색선전이다. 일단 들어가 보시면 안다는(죽이는 쇼를 보실 수 있다는) 삐끼들에 혹하여 발 잘못 내디뎠다가는 카드빚에 망신살까지 하루 아침에 인생 종치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가짜 양주와 화장발 미인과 현란한 조명에 혹해서 정신을 놓았다가는 다음날부터는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야 한다. 가짜에 속기 시작하면 진짜를 구별하는 안목은 무뎌지기 마련이고 순간의 욕망에 스스로 휘둘리기 시작하면 그 늪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야 한다.

삐끼들은 절대 진실로 호객하지 않는다. 비교우위의 하나를 택하는 단일화가 그들에게는 정몽준만이 유일하다는 거짓말이고 따라서 그들의 단일화는 호객꾼의 그것처럼 속아 따라오면 좋고 아니면 뒤에 대고 침 뱉으며 욕이나 해대면 그만인 것이다. 그들은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가진 정치업자에게서 일당을 챙기면 그뿐인 것이다. ‘국민통합 21’은 간판에 불과하다.

파티의 안주인을 의미하는 호스티스(hostess)가 술집 접대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버린 이 땅에서, 고급 사교모임의 주재자를 의미하는 마담(madame)이 그 접대부를 관리하는 맏언니가 된 우리 현실에서, 품격있는 귀부인들의 사랑방을 의미하는 싸롱(salon)이 질펀한 노출가무와 냄새나는 욕정의 지하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정의된 사회에서 간판은 퇴폐를 감추는 글자의 조합에 불과하다. 음습하고 느끼한 애욕의 공간일 수록 그 간판의 이름이 엘레강스(?)한 외국어이거나 한자어인 경우가 허다하다.

정몽준의 단일화 개념도 이와 같아서 재벌의 상속자답게 자신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 이상은 없다. 그러니 박근혜도 좋고 이한동 자민련 누구든지 자신을 단 일명의 절대군주로 옹립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단일화를 알기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지난 시절 초등학교의 교실로 들어가보자.

한 아이가 있다. 그는 공부도 잘하고 돈이 무지 많은 아버지를 두어서 선생님들도 넘치는 애정을 표하며 눈치보기 바쁘다. 몇몇 아이들을 꼬붕으로 두기도 하였다. 그 아이는 전체회장도 되고 싶다. 그래서 우선은 반장이 되어야 한다. 한나라반에는 나이먹은 유급생이 꽉잡고 있어서 다른 반에 넣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

방과후 씀씀이를 아끼지 않은 덕에 아무에게나 축구공 나누어준 덕에 반장은 되었다. 회장선거가 문제다. 유급생 선배에게 대들자니 자신이 없고 옆반의 반장을 보니 무지랭이 촌놈이다. 잘 구슬리면 될 것 같아 단일화로 속을 떠본다. 물론 그 반 얘들 몇몇에게 지갑을 보여주며 회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뿔사! 그 촌놈 반장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6학년뿐만이 아니라 저학년에서부터 고학년까지 온통 그 반장 편이다. 그의 계획은 애초에 글러버린 것이다.

그래도 유급생 무서워 회장 포기했다는 말은 죽어도 듣기 싫다. 울며 겨자먹기로 갈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었는데 옆반 반장이 오히려 맞짱을 뜨자고 먼저 덤비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정정당당 운동장에서의 일대일은 벌써 오금이 저리고 아랫도리가 마렵다. 옆반 반장 말대로 얘들한테 맡겨보아야 필패는 당연지사다. 남은 것이라고는 몰래 만나 사정해보고 안되면 쪽박을 깨고 옆반 반장 탓이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슬슬 시간을 끌면서 내놓은 묘수가 매수 가능한 대의원를 뽑아서 설문조사 해보자는 것이다. 당명에 21세기를 상징적으로 넣어둔 정아무개의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이런 선거는 초등학교에서도 안한다. 아버지가 육성회장 선거에서 금권으로 타락시킨 그 초등학교 육성회는 폐지 되었다. 세상이 변하여 많은 학교들이 폐교되었다. 그 을씨년스러운 폐교를 떠도는 학교괴담은 영화의 소재는 될 수 있어도 현실정치의 소재거리는 아니다. 정몽준은 더 이상 단일화의 망령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에게 일푼의 진정이라도 있다면 떳떳히 운동장으로 나서라. 그것이 축구를 사랑하는 스포츠맨으로서의 페어플레이가 아닌가?

비싼 돈들여 브라질 대표팀 불러 들이기 이전에 그는 국민 앞으로 페어플레이기를 앞세워 당당히 걸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등번호를 국민들에게 보일 것이며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 된다. TV 광고의 카피(범수야! 대표선수들이 고무신 신고 뛰는 것 보았냐)를 패러디하면 “몽준아! 국민들이 전화로 대표선수 뽑는 것 보았냐”이다.

한나라당에 입당한 민주당 출신 철새들에게 있어 단일화는 창(昌)일화임이 밝혀졌다. 즉 한나라의 임금은 창제 한 분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 상왕께 충성하는 것이 곧 있을 매관매직의 공신록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이인제 딱갈이(군대의 당번병을 지칭하는 속어)하며 젊은 나이를 욕되게 하던 원아무개의 한나라행(같이 간 철새들 마찬가지로)을 보면서 차라리 전용학이나 김민석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원모는 철새에게도 품격과 종류가 있음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는 ‘한 번 딱갈이는 영원한 딱갈이’라는 격언이 그대로 삶을 추스르는 성구(聖句)다. 우리의 해병정신이 그에게서 욕을 보는 이 현실이 통탄스럽다.



오페라의 유령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뮤지컬 중에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라는 뮤지컬이 있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괴신사가 오페라의 아름다운 프리마돈나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원작소설을 영국의 작곡가 앤드류 웨버(Andrew L, Webber)가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1986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동호회가 생길 정도로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무대로,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 났지만 사고로 흉측하게 변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괴신사는 아름답고 젊은 프리마돈나(크리스틴)를 짝사랑한다. 그는 분장실로 돌아온 크리스틴을 지하의 마궁으로 납치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면서 자기가 작곡한 오페라에서 노래해줄 것을 간청하나 그의 흉측한 얼굴을 본 크리스틴은 경악한다. 6개월 후 공연일, 등장인물로 변신한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을 납치하지만 그 녀를 구하기 위해 따라온 연인 라울이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키스를 하는 크리스틴에게 충격을 받고 오페라의 유령은 그들을 풀어준다.

단일화의 허구를 논하다 갑자기 ‘오페라의 유령’이라니... 오페라의 유령은 가면속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 가면은 그가 누구를 속이기 위해 쓴 가면이 아니다. 자신의 흉측한 얼굴을 감추기 위한 것이고 그 흉측한 얼굴에 놀랄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서의 가면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도 그 야수는 사람을 물어 뜯어 죽이는 야수가 아니다. 인간보다 더욱 고귀한 사랑과 순수를 간직한 왕자일 뿐이다. 다만 그의 운명으로 인하여 야수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진실한 사랑이 그를 야수의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는 노무현에게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처럼 추악한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가면을 쓰고 싶지 않고 또한 쓸 필요도 없다. 그런 노무현이 가면을 쓰고 말았다. 내가 아는 노무현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고 얼굴에 맞지 않는 녹슬고 거친 아이언 마스크(철가면) 뒤에서 눈물을 감추고 있는 노무현을 본다. 그는 우리들을, 아름답고 선한 우리들을 사랑하였다. 고결하고 순수한 프리마돈나 같은 우리들의 심성을 짝사랑하였으며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무원칙과 몰상식 지역분열을 종식시키기위해 무대에 등장하였다.

그리고 천상의 목소리로 아름다운 세상과 연인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소리는 호수 위를 저어가는 노의 파장처럼 잔잔히 퍼져 나갔다. 신비로운 그 노래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다시 찾았다. 누가 그에게 가면을 쓰게 하였나? 단일화의 망령이 된 광신도들이 그에게 가면을 쓰도록 협박하였다. 사람의 몸이나 혼백은 빠져나간 그 망령된 자들은 공공연히 노무현을 윽박 지르더니 끝내는 그의 얼굴을 난자하였다. 피 흘리는 상처를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만 노무현은 단일화 여론조사수용이라는 가면을 쓰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 가면을 벗어 흉측하다면 노무현 유령은 가면을 쓰고 있기에 흉측하다. 그러나 나는 그 흉측한 유령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나는 단일화의 망령에 귀신들린 자들을 저주할 것이다. 노무현에게 유령의 가면을 씌운 사람들을 저승까지 좇아 다니며 나의 원독을 감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가면을 쓰고 유령처럼 서 있는 애통한 노무현의 운명을 사랑할 것이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이 땅을 사랑하고 우리의 장래를 위하여 사랑할 것이다. 비록 실혼(失魂)한 정치삐끼들을 성토하였으나 이 땅에 오페라의 유령처럼 저주받은 유령의 운명을 만든 이는 우리들이다.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자에게 흉측한 얼굴을 빚어 놓은 우리들은 사악한 피를 수혈하며 개체분열을 거듭하는 저들의 마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행한 이 숙명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우리의 사랑밖에 없다. 뮤지컬 무대에서 가면을 벗은 오페라의 유령을 사랑할 수 있었듯이 가면을 쓰고 서 있는 노무현을 사랑하여야 한다. 노무현이 아니어도 좋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진정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사랑하여야 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곡들 중에는 크리스틴과 라울의 러브송 있다. 그 노래의 제목이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사랑하여야 한다. 스스로 망령이 되어 떠돌려는 자들에게 우리는 유령마저도 사람으로 살아가게끔 사랑하는 법을 일러주어야 한다.

가면쓴 노무현을 탓할 수 없음으로 나는 그에게 가면을 씌운 자들을 위해 정의의 망치와 상식의 정을 가지고 비문을 새길 것이다. <단일화지묘><수구붕당매장터><중부신당공동묘지><철새유골전시실> 등등... 그리고 일명 일명 그들의 이름을 새길 것이다. 단단한 청강석에 깊고 깊게 새기어서 수만년이 흐른 후에도 그들의 추한 이름이 잊혀지지 않도록 우리들의 가슴에 묻을 것이다. 염을 하는 심정으로 그 죄인들을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망혼가를 부를 것이다. 가면쓴 유령의 아픔을 나는 엿볼 수 있음으로... 그들이 가면을 쓰지 않고 살아도 될 아름다운 세상이 오는 날,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 객석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 들려 줄 것이다. 그 전설 같은 사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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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짧은 답변 달기

1 "그 전설 같은 사랑.".............
가슴이 시리군요. 전설로만 남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에델(200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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