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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재의 세상구경의 그 여행의 기록
[요지경세상] '짝퉁'과 오리지널
[요지경 세상] ‘짝퉁’과 오리지널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요지경이란 말은 결국 가짜가 많다는 뜻이다. 물론 세상이란 절대 진짜만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데에 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는 유독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며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그러니 아이들 교육에서부터 진짜를 판별하고 진짜 인생을 살아라 가르쳤다 가는 정신 나간 아버지가 되고 아이의 일생을 망치는 그릇된 부모가 되고 만다.

‘소신껏 살아라’는 말은 꿈이고 희망이고 그런 것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충 밥이나 굶지 않으며 명줄 연명하고 살아라 하는 말의 역설적 표현일 뿐이다. 그렇지 않고 꼭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소위 출세를 하려거든 가치의 판단 같은 것은 아예 잃어 버리고 줄 잘 서고 눈치 잘 보며 약삭 빠르게 사는 삶에 대한 회의 같은 것을 일순간이라도 맘에 품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야 된다.

누가 욕해도 ‘소신껏 기회주의적으로 살 수 있다’면 ‘너는 성공할 것이다’라고 하는 말이 목젓까지 올라왔다가도, 차마 아이의 눈을 보고 뒤돌아 설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아버지들이다.

작년 겨울의 일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세밑에 나는 집을 떠나 객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무척 검소한 아내가 여름내 들고 다니던 가방(핸드백)을 그 때까지 들고 출근하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터라, 핸드백을 선물하기로 작정하고 자주 가지 않는 번잡한 거리로 쇼핑을 나섰다. 여기저기 아이쇼핑(Eye Shopping)을 하던 중, 간판과 쇼윈도우가 이국풍으로 그럴싸한 가게의 진열장에서 내 맘에 드는 핸드백을 발견한다.

이리저리 들여다보니 ‘루이비통’이란 브랜드가 눈에 들어온다. 아뿔사, 이것은 내가 사줄 수 있는 능력 밖의 물건이란 당혹스러움이 순간 나를 얼어 붙게 한다. 겨울 찬바람보다 더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엄습해온다.

얼른 내려놓는 나를 보며, 상술적 본능으로 나의 비감을 알아차린듯, 여점원이 내게 말한다. “별로 비싸지 않아요”. 내 속을 들켰다는 부끄러움보다 ‘비싸지 않다’는 점원의 말이 더 솔깃하다. “얼만데요?”

“십팔만원이요.” 엥, 십팔만원이 비싸지 않다니? 그러나 나는 실제 루이비통의 가격은 그것보다 훨씬 고가인 것을 알기에, 한 편으로는 의아해진다. 그러면서 왜소해진 내 맘을 들킨 것을 감추기 위해 거만하게 대꾸한다.

“루이비통이 그 정도 밖에 안해요?” 그 정도라니, 사실은 내 지갑의 지폐라야 겨우 이십만원이 조금 넘는 주제에, 애써 있는 척을 한다.

“짝퉁이잖아요”. 짝퉁, 열심히 신문 문화면이고 특집면을 읽은 덕에 그 말의 의미는 안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 단어, ‘짝퉁’을 알아 둔 것이 그처럼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아, 짝퉁”. 다시 말해 진짜를 모조해 놓은 제품이란 뜻이고 모조품에 불과한 손가방 하나가 이명박 서울시장 같은 거부가 달마다 납부한 건강보험료의 수배에 이른다니, 이 얼마나 기가 찬 노릇인가?

‘그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담배를 끊으리라, 친구들과의 술약속도 모조리 펑크내리라’ 다짐하며, 그 짝퉁족에 합류한 것이 지난 겨울의 일이다. 선물을 받은 아내의 좋아라 하던 얼굴, 자기 회사의 처장님이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보다 제 것이 더 근사하더라며 나의 초라함을 감싸주던 아내의 깊은 속에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던 날의 기억이 내가 접해본 짝퉁문화다.

- 짝퉁이 만연된 세상

세상이란 어차피 가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가짜가 넘치고 많기에 진짜의 가치는 오히려 더욱 커지고 소중한 것이다. 희소성이란 곧 넘쳐나는 가짜 중에서 진짜가 귀하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것은 비싼 재화가 된다.

희소성으로 경제가 생겨나고 경제하는 생활이 힘들어 지는 것은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짝퉁은 어쩌면 그 희소성으로 인한 욕망의 미답(다다르지 못함)을 대신 실현시키기 위한 필요에서 생겨났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즉, 대리만족의 실현을 통해서 부정적으로 쌓여가는 욕망들이 건강한 분출구를 통해 쏟아지고 그로 인하여 가짜가 많은 세상에서의 부대끼는 삶을 스스로 자정하며 견디며 살아 갈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짝퉁이란 필요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짝퉁은 진짜가 아니라는 정직한 우리들의 인식 혹은 동의에서 인정 되어져야 한다. 짝퉁이 진짜라고 사기치고 오리지널이라 공갈치면 그 세상은 온갖 부조리들이 횡행하고 무질서한 광인들의 세상이 되고 만다.

만일 내가 아내에게 손가방을 선물하면서 그것이 진짜라고 사기를 쳤다면, 우선 그 비싼 것을 산 나의 씀씀이 때문에 우리 부부는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미움과 욕설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또한 아내가 회사에서 오리지널을 보고 자신의 것이 가짜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야 하는 절망감과 초라함을 견디어 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짜가 많은 것도 모자라 짝퉁이 진짜라고 우기며 대접받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압구정동에 모여드는 젊은이들의 짝퉁 선호를 경계하는 것은, 그들이 몸에 걸친 짝퉁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를 온전히 짝퉁화 하기 때문이다. 요즘 연예가를 시끄럽게 하는 상납비리(성이든 뇌물이든)는 곧 짝퉁문화에 매몰된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뿐인가? 똑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활자화 되면 여러 갈래의 추측이 되고 만다. 진짜를 사칭하는 대표적인 짝퉁언론이 조선일보다. 차라리 한 때는 가짜였으나 지금부터라도 진짜가 되겠다고 나서기를 바라고 원하여 깊은 애정을 쏟는 것이 우리들의 안티조선 운동이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내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고 상상 하기도 싫은 것은,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점한 그들의 힘과 능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다만 나는 그들이 여지껏 자신들이 짝퉁인 것을 숨기고 진짜라고 우기며 우리들을 속여왔기 때문이다. 친일을 하였고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였으며 올바르게 사유하며 내일의 동량을 꿈꾸던 착한 젊은이들을 고문하였기 때문이다.

감옥에 잡아 넣고 군대에 끌고 가서 죽였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힘 센 지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인간형이란 이유만으로 죽였기 때문이며 그 가엾은 이름에 염세주의자 부적응의 정신이상자라는 오명을 덧칠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 수구당의 집권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죄악을 버젓이 저지르면서, 자신들의 아들만은 제외한 채, 오늘도 안보라는 미명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전선의 긴장 속에 가두어 놓고 있는 특권귀족의 짝퉁들에게 나와 우리 아이의 미래를 맡겨둘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수구당을 반대하는 것이다.

민주니 자유니 하는 성스런 이름에 자신들의 모조품, 창작된 거짓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우리들을 기만하고 있는 짝퉁들이 나는 미운 것이다. 아내에게 비록 짝퉁 밖에는 선물할 수 없는 가난한 서민이지만, 몸에 걸치는 의복과 악세사리가 짝퉁인 것은 참아낼 수 있지만, 적어도 온전한 나의 정신이 짝퉁이 되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또한 신성한 개인(하나의 인격체)으로서 나의 정신을 짝퉁들이 지배하는 것을 나는 온 몸으로 거부한다. 이미 오리지널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내게 자신들이 진짜라고 우기는 짝퉁들은 혐오스럽고 역겹기만 하다.

- 짝퉁과 오리지널을 구별하기 위하여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이정연 병역비리로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두 당사자의 증언이 있었다. 둘 모두 병역비리수사를 담당했던 검찰관들이다.

그 중에 한 명은, 어느 법무관의 자필 편지에서처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비리를 파헤친 괘씸죄로 인하여 변방으로 쫓겨간 검찰관이고, 다른 한 명은 짝퉁들의 온상인 기무사의 물심양면의 배려로 국방부에서 힘주고 있는 검찰관이다.

이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그래 저렇게 뻔한 거짓말도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이 짝퉁의 전형이 아니던가 하는 믿음을 새삼 확인하였다. 짝퉁의 가치는 그것이 모조품임에도 불구하고 언뜻 보면 진짜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박에 구별되는 짝퉁은 짝퉁 취급도 받지 못한다. 그것은 길거리 리어카 행상의 좌판에서나 진열되는 것이고 그것을 감히 짝퉁이라 칭하며 걸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짝퉁의 오랜 지배로 인하여 우리사회는 어느새 짝퉁이 오리지널을 대신하는 가짜 세상이 되어 있다. 짝퉁의 천연덕스러움은 오리지널이 민망할 만큼 자연스럽다.

자기가 보여준 ‘김도술진술서’를 보았다는 유소령의 진술에, 그런 것은 절대 없다고 오히려 유소령의 정신상태가 가엾다는 듯이 말하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고대령의 눈빛. 아들의 병역비리는 절대 없었고 진실이라면 대통령후보직을 물러나겠다던 이후보의 눈빛은 왜 그렇게 똑같은 지,

이들을 보면서 오리지널을 무색하게 하는, 세련된 짝퉁의 모방기술에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병역비리를 떠나 반세기를 내려오면서 그 초식과 내공을 정련하고 완비한 짝퉁들의 반격은 실로 상상을 불허한다. 거기에 연합군으로 참가한 조중동의 파상공세는 입체적이며 치밀하다.

이러니 우리네 서민들이 짝퉁을 구별하고 진짜의 것에 대한 관심과 믿음을 가지기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고민하여도 짝퉁이 진짜 같기만 하다.

가장 간단한 짝퉁 구별법, 그것은 오리지널은 그 수가 적다는 것이다. 지금 짝퉁들은 국회의원의 쪽수에서부터 지방의 수령들까지 넘쳐난다. 짝퉁의 선전지가 신문시장의 7,8할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예전의 일이다.

웃기는 것은 짝퉁 중의 짝퉁은 또한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그 수가 몇몇이다. 수구당의 실세는 불과 몇 명인데 거기에 빌붙어 짝퉁정치를 하려는 짝퉁 에이다시 비다시는 왜 그리도 많은지.

짝퉁화한 민주당에도 짝퉁모조품이 더 많다. 우리가 노무현에게 주목하는 것은 짝퉁이 모조하고 흉내내기에 오리지널 자체가 근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짝퉁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나 별반 눈에 띄지도 않는 오리지널 노무현이, 화려한 악세서리가 아니기에 관심도 없던 노무현이, 지금 당장 입고 나가야 될 의복의 떨어져 나간 단추이고 이빠진 지퍼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노무현이 필요한 이유를 안다.

‘아하!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구나’ 하며 무릅을 탁친다. 꼭 필요한 단추는 굳이 짝퉁이 필요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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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심과 정의를 저버린 사람들에게 분노와 연민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욱 진실해져야 합니다. 절박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임흥재님,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릇(20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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