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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sti의 좌충우돌의 칼럼방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절제된 감정이 도리어 그 감정의 절박함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한부의 삶을 사는 주인공 정원(한석규)이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밤 건넌방에 도둑처럼 들어가 아버지의 곁에 조용히 눕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에서 한석규에 못지 않게 다림 역의 심은하와 아버지 역의 신구의 연기는 눈부셨다.


영화배우 신구는 그 후 <반칙왕>에서도 주연 못지 않게 빛나는 조연을 했다. 비록 캐릭터는 다르지만 두 영화에서 그가 주인공의 아버지의 역할을 했다는 점은 그가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그가 요즘 어느 TV 광고에서 "니들이 게 맛을 알아?" 하며 우쭐대는 표정으로 묻는다. 나는 그의 실감나는 표정에서 문득 십 수 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낸다.


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처음 등장한 TV 유세에서 지금껏 기억에 남는 것은 "노태우가 되면 전 죽습니다" 하며 엄살(?)을 부리던 백기완 선생과, "보통 사람" 노태우 후보의 지지 연설을 하던 영화배우 신구의 모습이다. 당시 대다수 국민의 염원이었던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결과적으로 이후 지역주의를 매개로 한 반민주 극우 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도운 장본인들이라는 점에서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방의 사단을 이끌고 서울에 들어온 쿠데타 주범이자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참히 짓밟은 학살자 노태우가 옹호될 수 없음은 당연한 얘기다. 이유 불문하고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이들은 모두 단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영화배우 한 사람을 욕보이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집안은 4대가 줄줄이 문제라고 우스개를 하는 것을 들었다. 최근 <역사비평>이 제기한 그의 부친의 친일 의혹과,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사형 선고에 관계한 그의 과거 행적, 아들들의 병역 비리 의혹과, 손녀의 출생과 관련된 원정 출산 의혹을 묶어서 하는 이야기다. 어쩌면 그의 아들들과 손녀에 관한 의혹은 그저 의혹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부친과 그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그것은 기억되어야 한다. 그것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우리 현대사의 몇몇 대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며, 과거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지 않고서는 우리가 사는 오늘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극우 정당의 특정 후보나 과거의 독재자에 대한 적개심에서 멈출 일이 아니다.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의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어느 네덜란드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미 그들을 용서했다. 그러나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기억한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만에 재발간된 <서준식 옥중서한> 가운데 87년 12월,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가 동생에게 쓴 편지가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대목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아라. '노'란 사람을 묶고 엮는 끈을 뜻한다. 그래도 나는 비관하지 않고 두렵지도 않다. 물론 실망은 있다. 그러나 아마도 네가 상상하고 있을 만큼 큰 실망은 없다. 나는 담담하다." 이미 감옥에서 17년을 복역한 서준식이 검열관의 눈을 속이기 위해 엉뚱한 국어사전 얘기를 하며 '노'의 당선에 대한 실망감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그 순간, 아마도 노태우 후보 지지 연설을 했던 신구는 크게 기뻐했으리라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탁월한 배우 한 사람의 과거를 필요 이상으로 언급했다. 사실 나는 송강호와 그가 다시 한번 부자(父子)로 분해 출연한다는 개봉 예정작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러 갈 생각이다. 그러나 그가 "니들이 게 맛을 알아?" 하고 TV에서 물을 때마다 개들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만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다.


* 이 글은 9월 1일자 <교육희망>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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