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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몽의 함께 이 길을의 칼럼방
▦ 일몽의 이름으로 올리는 마지막 글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라는 곳을 처음 가입해 동아리 방에 가보니, 공책이 한 권 놓여있더군요. 돌아가며 이런 저런 신변 잡기도 쓰고, 나름대로는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공지 사항을 적기도 하는 공용 일기장 비슷한 공책이었습니다. 저도 가끔 그 공책에 이런 저런 글을 적곤 했지요. 그런데, 글 뒤에 보니까 나름대로 멋있는 서명들을 하곤 하는데, 저만 그냥 이름을 적기가 좀 멎적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자호(自號) 비슷하게 만든 것이 일몽(一蒙)이었는데... 그게 1977년의 일이니까... 벌써 25년이나 지났군요.

오랫동안 정들었던 이름, 컴퓨터 통신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본명보다 더 자주 썼던 이 이름과 이제는 작별을 할까 합니다. 앞으로 몇년간이 될지, 영원히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한 5년 정도는 인터넷에 일몽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 이름과 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엉뚱한 오해가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아이디를 버린다는 것이 "이제는 다 끝났다. 남은 일은 노무현에게 믿고 맡기면 된다 "라고 생각하는 인물중심적 사고로 보여질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노무현 지지의 가장 큰 이유가 그가 여론을 중시하고, 민중의 소리를 들을 줄 안다는 점이었던 만큼, 일반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어, 개혁을 견인하고, 반 개혁세력을 견제해야 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더군다나 새 정부가 반 개혁 세력에 휩싸여 소수 정부로 출범하는 만큼 개혁 지지 일반 시민들의 몫은 더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수구 신문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일, 좌파의 육성으로 우리나라가 좌우의 균형잡힌 날개로 날 수 있도록 하는 일 등 시민 세력이 해야 할 일은 아직 엄청나게 남아있습니다. 또, 저 역시 여력이 닿는 대로 이런 저런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제 의견을 인터넷에 올릴 생각입니다.

그러나, 일몽이라는 이름은 이제는 그만 사용하려 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저는 일반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자신의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한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참여 자체를 직업으로 하는 정치가나 칼럼니스트의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요. 또는 시민 활동을 주로 하고, 그에 필요한 경비를 벌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하는 분들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직업을 통한 사회 참여를 주로 하고 여력을 시민 활동에 쏟는 경우라면, 직업적 성실성을 침해받지 않을 수 있는 한도를 절대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그 한도가 깨어지면, 한도를 넘는 노력에 대한 보상심리가 싹트기 마련입니다. 금전이나 사회적 지위 등의 구체적인 보상을 바라지는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자신의 활동에 대한 명성이라도 바라기 마련입니다. 욕심은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게 만듭니다. 별 것 아닌 일에 실망하거나, 분노하게 만듭니다. 결국은 참여의 본질을 해치게 만듭니다.

여론 형성 과정에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자신이 관심이 많거나 잘 아는 주제에 대해서 간단히 자기 의견을 적고, 그런 의견들이 칼럼니스트 같이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에 의해 취합되어 반영되게 되는 그런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원칙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번 대선이 우리나라 정치사에 있어 다시 오기 힘든 시민 세력 성장의 호기라는 생각에, 제 직업적 성실을 해치는 정도로 네티즌 생활에 몰두했었습니다. 이제 다시 평범한 네티즌으로, 성실한 직업인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생활의 여력 한도에서만 네티즌 생활을 하려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일몽이라는 이름으로 가졌던 약간의 영향력을 계속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부터 제가 올리는 글은 이제까지와 같이 정치적인 제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늘 촉각을 세운 수준의 글이 되지 못 할 것입니다. 글을 쓰고 다듬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 검토할 여유도 부족한 글이 될 것입니다. 일몽이라는 이름을 보고 제 글을 열어보실 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싶지도 않지만, 혹시라도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는 일에 기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이제 저는 일몽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 이름에 혹시라도 묻어있을지 모르는 자기 과시욕, 명예욕을 함께 버리려 합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노사모의 진정성에 대한 증거를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보아온 대부분의 노사모 회원들은 글자 그대로 순수한 분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활동하는 분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을 우리들을 순수하게 보아주지만은 않았습니다.

노사모 회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기회가 오면 노사모의 순수성을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여드리기 위해 저로서는 달리 내 놓을 것이 없습니다. 원래 정치를 했던 것이 아니니, 무엇을 손 떼겠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무슨 직위를 맡았던 것도 아니니, 내놓을 직위도 없습니다. 생각 끝에 제가 가진 일몽이라는 이름 두 글자를 내 놓는 것이 노사모의 순수성을 증명하는 데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시민 사회가 도래합니다. 민주의 제단에, 개혁의 제단에 무언가 제물을 바치고 싶습니다. 정말 우리는 좋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바란 것이 없었다는 것을 증거하는 제물로서 일몽이라는 보잘 것 없는 이름을 바치고자 합니다.

이 번 대선에서 노무현 승리의 가장 큰 공로자는 노사모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7만 노사모의 하나라는 명예조차 버겁습니다. 저는 노무현을 선택한 1,200만 유권자 중의 하나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노무현같은 정치가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던 자랑스런 대한민국 4,800만 국민의 하나라는 것만으로 저에게는 충분한 영광입니다. 저는 제게 걸맞는 그 영광으로 만족하고자 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가라고 했는데... 명예야 애당초 없었던 것이고, 이름까지는 어찌 되었는데, '사랑도'는 글쎄요... 비록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글로만 만났던 분들이지만, 넷 상에서 많은 분들과 나누었던 우정을 잊을 수 있을런지...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낯 선 아이디의 글에서 옛 사람의 냄새가 나더라도 굳이 누군가 밝히려하지 마시고, 모른 척 해 주시기를...

참 개혁의 첫 날 아침. 일몽 올림.

<사족>

제 아이디 일몽을 一夢(꿈 하나를 가진 이)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으시던데, 일몽의 뜻은 一蒙( 한 어리석은 이)라는 뜻이었답니다. 너무 늦게 밝혔나요? ^^

500자 짧은 답변 달기

22 일몽과 함께 걸은 2002년
처음걷는 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당신이 있어 더 힘이 났던거 같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 더 깊어진 사랑과 생각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꿈을 가진 자는 행복하다^^



moses(2002-12-21)
21 참 아름다운 분이리라는 믿음이 더합니다
저보다 연배가 아래시지만 저만하게 되고싶다는 생각 늘 해왔읍니다. 언제죠 노사모해체론이 떠돌때 님께서 부인과 함께 야외로가
흘리셨다는 눈물의 의미가 저를 늦은나이까지 노사모에 묶어두었읍니다.
일몽 그이름 늦은 나이로 주변의 사시를 이겨내게한 귀한 이름이었읍니다.
감샇ㅂ니다 그이름은 제 가슴에 남겨두겠읍니다
건강하십시오.
고운(2002-12-21)
20 멋지십니다. 저는 노사모 회원도 아니라 더 버릴 게 없네요

님은 정말 노무현을 닮은 사람 같아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큰 인물이 되시길...

똘똘이 아빠(2002-12-21)
19 케나다에서 열심히 보았습니다 님의 글
감사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조언 받고 싶습니다
셉(2002-12-21)
18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때를 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나갈때 물러날 때]
지금 노사모회원들은 뒤로 물러나 있을때라고 생각이됩니다.
우리가 할일을 최선을 다해서 이루워 놓았기 때문입니다.
더이상의 욕심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줄수 있기에..
일몽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버커리(200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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