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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온라인의 몰상식과의 전투벙커의 칼럼방
왜 우리는 김근태를 그렇게 씹었는가?
노무현의 절대 지지자들은 그동안 김근태를 열심히도 비판했다. 가만히 보면 김근태를 비판했던 이유는 한 가지로 집중된다. 바로 절차적 명분을 쥔 도덕적 - 합리적 비판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이유가 인간적인 배신감과 같은 주관적 요인과 합쳐져, 국민 후보 노무현을 뒤흔든 막후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김근태에 대한 비판은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많았다. 현실적 필요성을 망각한 선명성 경쟁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개인적 면회 등은 씻을 수 없는 전선 이완의 주범으로 낙인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정작 김근태에 대한 비판의 유력한 지점은 노무현에게서 비롯된다. 공식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민주당 후보인 노무현을 배재한 채, 무원칙한 선거 승리에 매달려 후보 단일화를 운운한 것이 공분을 자아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여러번에 걸쳐 그간 김근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마침내 정서적 결별을 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노무현 지지자들은 대부분 이런 비통한 심정을 확인했을 것이다.


김근태의 한계는 이율배반이었다. 평소의 김근태는 철저하게 명분을 중시하는 액션을 취해 왔었다. 지나친 신중함의 발로라고도 했으며, 태산은 크게 움직인다고도 했었다. 그러나 어떤 변명에도 허용될 수 없는 착오는 명분의 상실이었다. 심지어 김근태가 선거 승리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노무현에 대한 컴플렉스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왔으며, 엘리트 운동권 의식의 오만이라는 평가도 난무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의 단일화 정국에서 김근태는 미운 털의 대우를 톡톡히 받고 있다. 정말 이상한 노릇이다. 노무현 지지자에게 김근태의 미운 털은 혹시 다른 데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김근태의 미운 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앞서 말한 국민 후보의 불인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몽준과의 단일화는 결코 없다는 노무현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즉 명분을 버리고 무원칙한 상황론에 얽매였던 것이 김근태가 비토받는 가장 큰 핵심이였던 것이다.


아이러니는 김근태와 노무현이 공히 상황론으로 단일화 협상을 진행시키는 요즈음에서 발생한다. 노무현 지지자에게 있어서 김근태는 여전히 죽일 놈이어야 한다면, 김근태가 단일화를 주창했을 초기와 노무현이 전격 합의를 이루었을 때의 정치 지형이 차별성을 보여야만 가능하다.


김근태가 주창했을 때의 "국민 의지"와 노무현이 수용했을 때의 "국민 의지"가 변화를 보였을 때만이 김근태는 어떠한 경우에도 복권될 수 없는 배신자가 되는 것이다. 가령 노무현이 노풍에 힘입어 압도적인 수위를 달렸을 때, 김근태가 후보 단일화를 말했는가 이말이다.


분명 후보 단일화 수용은 기성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는 반 이회창 진영의 고육지책이었을 뿐이다. 우리가 이 지점마저 부정하려 한다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다. 그리고 김근태가 노무현으로의 직진을 거부하고 후보 단일화의 늪에 빠져 있을 때도 객관적인 상황은 현재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오히려 그 때는 지금보다 객관적 지표가 더 열악했을 때이다. 당시 노무현은 부동의 3위가 아니었던가. (그것은 단지 여론조사였을 뿐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를 수용한 마당에...)


김근태는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은 노무현이 단일화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 전까지에 국한되어야 한다. 바로 국민 후보라는 명분과, 태생이 다른 정몽준과의 단일화 불가라는 비타협적 원칙을 견결히 고수했던 시기까지가 데드라인이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지금 노무현에게는 국민 후보라는 명분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근태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소설가가 아닌 이상, 심정적 추측에 근거한 if 사설을 배재한다면, 김근태는 줄곧 지금까지 후보 단일화의 입장에 서 있다. 변한 것은 오히려 노무현이다. 아무런 상황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가에서 수용으로 선회한 것은 노무현이라 이 말이다. (돌팔매질 무지 날아 올 것이다.)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입장이 변한 것이 아니다. 단지 대다수의 지지자들은 노무현을 쫒았을 뿐이다. 어차피 노사모와 같은 절대 지지자들에게 개인의 입장이란 애당초 거추장스러운 것인 지도 모른다. '노무현의 김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단일화 협상에서 노무현이 승리하여 이회창과의 쟁패가 벌어져서 사생 결단을 내던가, 아니면 승부수였던 단일화 논의가 수포로 돌아가 또다른 배수진을 준비하던가의 시점이 다가 오고 있다. 정말이지 노무현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비좁고 누추한 조건에서일망정, 노무현이 승리하는 지각변동을 일구어야 한다.


이랬을 때만이 우리는 노무현을 '제 2의 김대중'으로 만드는 안타까움을 면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에도 개혁은 계속되어야 하기에...노무현 대통령 이후에도 수구 세력과의 싸움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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