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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온라인의 몰상식과의 전투벙커의 칼럼방
[Re] 한밭골 그리운 옛사람에게
그때쯤이면 우리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처연한 눈매며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미소처럼 그렇게 잔잔하게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 잊어버리고 당신을 만나러 갈 생각입니다. 이왕에 내친 걸음 내 고향 광주를 뒤로 하고 다가오는 토요일엔 당신을 만나러 갈 생각입니다.

알고 보면 기껏해야 영화 한 편 볼 시간. 살빛 고운 아내와 살고있는 이 곳 서울에서나 어머님의 손사래로 돌아오던 광주에서나 남한 땅 어디에서나 영화 한 편 끝날 시간이면 찾을 수 있는 당신이 살고 있는 곳. 무어 힘들 것도 없고 무어 준비할 것도 없이 선뜻 다녀올 수 있는 곳인데도 저는 여태 무심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꼭 십여 년만입니다. 당신과 나의 첫 만남이 있던 89년의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눈도 어찌나 그리 많이 오던지요. 80년대를 살아왔던 그 누구나 그러하였 듯이, 저 역시 신산한 시대의 굴레 속에 몸을 피해 당신이 있던 한밭으로 들어섰답니다. 당신을 찾아가던 그 겨울밤, 사선으로 차창에 부딪히던 눈보라처럼, 꼭 그 밤의 눈보라처럼 저의 젊음도 어두웠고 모두의 살림도 차가웠지요. 당신이 마련해주셨던 성남동 고개의 고즈넉한 연탄 아궁이 방에서 저와 또 다른 선배 한 분은 에일 듯한 겨울 추위를 버텼답니다.

생각이 되살아 오는군요. 옆집의 담을 향해 뚫린 조그맣게 얼어 있는 창문을 열면, 잇닿아있던 옆집 담위에 김치며 푸성귀 반찬들을 올려 놓고 '소형 냉장고'라고 낄낄대며 좋아했던 밤들. 지금도 그대로 있을까요? 삼성동 큰 도로 옆에 있었던 럭키충남에서 물건을 나르고 장판을 깔아가며 주급을 받으면, 주물럭 한 접시나 두루치기를 시켜놓고 마셨던 선양소주 쓰디 썼던 그 밤들. 시외 공사판에서 빵으로 주던 새참을 못먹겠다고, 따뜻한 국물로 달라고 용감하게[?] 태업을 했던 기억들.

지금은 이름도 모두 빛이 바래 잊어버린 적지 않았던 대전 사람들. 자기 동생이 정신 지체아라고 반드시 제 손으로 동생을 돌보겠다며 공주사대 특수교육과를 다녔던 이름도 고왔던 89학번 새내기 복순이.

설마설마했던 배신의 겨울이 무르익어 갈 무렵. 슬래트 지붕 처마에 매어달린 고드름이 두터워만 가던 1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손으로 군사정권에 맞서보라고 선출했던 야당의 대부분이 학살자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김종필과 선명 야당임을 입버릇처럼 떠들었던 김영삼이 어이없는 궤변을 늘어 놓으며 국민들의 마음을 짓밟아 버렸습니다. 그것도 역사상 가장 더럽고 추악한 '호남 이지메'의 방법으로 말입니다.

당신은 그래도 그들의 변명 아닌 궤변을 들으면서도 설마하는 작은 기대를 가졌겠지요? 걸어 가는 과정은 비록 다를 지라도 '다 좋은 세상 만들자고 허는 것 이제..암암." 하셨겠지요? 그러면 당신이 애증을 가지고 있는 김종필이 삶아 먹힐 사냥개 신세가 되어 비참한 몰골로 다시 나타났을 때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이 들던가요? 당신들은 '김영삼이와 민주계 때문에 우리 종필이만 불쌍허게 됐네...쯧쯧' 하면서 매맞고 들어온 자식을 감싸 주셨습니다.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지고 푸진 충청도의 '느린 美學'을 나에게 일깨워준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비록 저 몹쓸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지만, 한 시대 우리 민족문학의 큰 어른으로 서계셨던 이문구님의 소설 속마다 살아 뛰어나올 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입니다. 어느 곳 하나 남을 해꼬지 못하고 묵묵히 힘줄 선 두발로 장항의 너른 벌판을 지키고 살아오신 이가 바로 당신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야당을 이끌던 지도자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숨죽인 의기의 자존심으로 뭉친 이가 바로 당신이십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나마 그나마 당신이 믿어보려 했던 김종필을 내쫒았던 민주계의 막내동이가, 이제 거꾸로 당신만의 아들이라고 가랑이에 헛방귀 새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제 입으로 97년 이전에는 제대로 한번 찾지도 않았던 곳을 제 고향이라고 말하며, 아무에게나 넙죽 넙죽 절하고 다니는 당돌한 사람이 있습니다.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잠바입고 어깨띠 두르고 다니다가, 지금에 와서는 그 모두가 김대중을 대통령 만들기 위한 쑈였다고 감쪽같이 말을 뒤집는 당돌한 애늙은이가 당신 곁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김종필과 함께 또 다시 당신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거무스름한 얼굴에, 젊어서 무슨 고생을 그리했는지 굵은 주름 하나 이마에 새긴 눈빛 맑은 노무현이 서 있습니다. 입으로만 떠드는 의리가 아니라 살아온 삶의 어디에나 그른 길을 곁눈질해본 적이 없었던 미욱한 사내가 서 있습니다. 제대로 망을 보지 못했다고 도둑 아버지에게 매맞고 쫒겨난 가슴 어린 자식처럼, 호남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흉악한 두목을 따르지 않았다고 나고 자란 고향에서 눈총받고 쫓겨온 착한 사람이 당신 곁에 서있습니다. 그래도 고향이라고 그리 모진 세월만이 옹이처럼 박혀있을지라도 또다시 그곳에 뼈를 묻겠다고 울고있는 고집쟁이 노무현이 이인제의 곁에 서있습니다. 자갈치 아지매에게 사랑을 받고, 이제는 누구와 견주어도 당당한 국민후보 노무현이 당신 옆에 서 있습니다.

태어나서 외지로 간 후에 제 고향 한번도 찾지 않다가 아쉬울 때만 손벌리려는 이인제일지라도 물론 모른 척 하지는 않겠지요. 민주당의 후보가 못되자, 이제는 이회창을 밀어 달라고 당신에게 허리를 굽히겠지요.

당신의 모질지 못한 성정이 때로는 미련스럽기도 하지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이여! '양반은 얼어 죽어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바록 누더기에 나물밥일지라도 형형한 눈빛이 불꽃튀었던 충청도의 지조와 충의정신이 없었다면 당신의 자존심은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당신이 이인제를 지지하는 인정과 고향의식에 무조건 휘말리기 보다는, 단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 충절과 신의를 자랑으로 알았던 그 면면하고 고결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십시오. 누가, 이인제가 지지한다는 이회창과 노무현 중 누가 더 지도자의 품성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물며 유성 구청장도, 아니 친목계 계주조차 신의없는 사람은 거부하거늘 말입니다.

어서 빨리 달려가서 보고 싶은 사람이여! 당신 앞에 서있는 '바보 노무현'은 단 한번도 고향이 같다고 자신을 지지해달라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특정 지역을 고립시켰던 못난 고향사람을 오히려 호통치고 꾸짖었습니다. 그 누가 있어, 그 어떤 정치인이 제 살이나 다름없는 고향을 질타할 수 있겠습니까? 오로지 노무현은 자신이 걸어온 지난 날과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의 앞날에 견주어 지지를 바랬을 뿐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지한다는 김종필과 이인제는 지금껏 이런 노무현을 자랑스러워 하기 보다는 사시 낀 눈으로 외면하며, 때로는 몰매를 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인제와 김종필이 얼마나 더 처참한 짓거리를 보여야 당신들로부터 모진 소리를 들을까요?

주저리 주저리 제가 당신에게 드릴 말이 너무 많았나 봅니다. 오랫동안 못만나서 그려려니 생각하십시오. 다가오는 토요일엔 밤차를 타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십여년 전에 당신을 처음 찾을 때는 한겨울 눈보라가 치는 밤이었지만, 이번 당신과의 재회 길은 우리의 삶에 희망이 봉오리져오르는 서설의 정취있는 밤이랍니다. 그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던 두루치기나 끓여 주십시오. 당신 집 어귀의 작은 가게에서 선양소주를 사가지고 들어 가렵니다. 그럼, 찾아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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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옛날을 생각하니, 희망 없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니
목이 메어 옵니다.
다같이 용기를 내고 힘을 모아서 희망을 이루기 위해 매진합시다.
지나가다가(2002-12-08)
1 인생이란...
과연 정답이 있는가?
한돌(200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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