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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몽의 함께 이 길을의 칼럼방
사람을 심판할 것인가, 죄를 심판할 것인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심판하는 이유는 보복을 하고, 그 죄로 인하여 입은 분한 감정을 풀자는 것입니다. 죄를 심판하는 이유는 같은 죄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이회창후보는 민주당 부패에 대한 책임을 묻자고 합니다. 찬성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이냐'입니다. 즉, 사람에 책임을 묻는 방법은 어떠하고, 죄에 책임을 묻는 방법은 어떠한지를 논의해보자는 것입니다.

이 정권이 들어설 때 민주당을 구성했던 했던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한 쪽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또는 김대통령과는 다른 정파에 속해 있었지만 어쨌든 정권 교체라는 명분에 동의했던 광의의 민주화 동지들입니다. 두 번째 부류는 이러 저러한 목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혹은 김대통령의 측근 실세들이 영입한 경우입니다.

영입파 들도 크게 둘로 나뉩니다. 그 중 한 부류는 군사 전문가, 산업 전문가, 장애인 정책 전문가 등의 각종 전문가 또는 각종 직능단체, 이익단체의 대표자들입니다. 이 들은 특정 단체에 대한 표밭을 넓힌다는 목적과 부족한 정책 능력을 보완한다는 목적으로 영입이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영입된 분들의 영입 이후의 행동은 크게 셋으로 갈라집니다.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원래 영입 목적에 맞게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전문가로서의 몫을 다 한 경우입니다. 이 들 중 상당수는 민주당의 인기가 떨어져도 굳건하게 민주당을 지키고 민주당이 배출한 국민후보를 지키는 쪽에 섰으며, 일부는 민주당이 부패 기미를 보이자 이에 실망해서 아예 정치를 접고 다시 전문가의 길로 돌아간 분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잘 못한 부분도 있지만, 잘 한 부분도 있다면, 잘 한 부분의 공은 상당 부분이 이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부류는 국회의원을 그냥 명예직으로 여기고, 원로 행세를 하며 별다른 활동 없이 지냈던 분들입니다. 이 분들 중에 몇 분은 불순한 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외치는 이들이 겉으로 내세웠던 승리지상주의 꼬임에 넘어가 후보 단일화 그룹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복당파나 제명을 요구했던 전국구 의원들 중에 이런 분들이 몇 분 보입니다.

세 번째 부류는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출신 이익 단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했던 분들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로비 활동의 반대 급부로서 출신 단체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만족했던 분도 있고, 일부는 떡고물을 노리고 이익 단체와 정권의 뒷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일찌감치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의원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전문가 영입 케이스에 속하는 사람들 중 누구, 누구가 각각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는 국민 여러분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부류의 영입 집단이 있습니다. 정치 자금을 목적으로 영입한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한 부류는 본인이 돈이 많아서 영입된 경우입니다. 주로 지역 유지 출신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입된 의원들은 주로 호남의 안전한 지역구에 공천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는 다선 의원이 되면서 점점 지역 내에서 지나친 위세를 부리거나, 정치 헌금으로 낸 돈을 이권 개입으로 다시 벌어들이려고 하는 등의 행동으로 호남 지역에서도 반 민주당 정서를 가진 유권자들이 많아지게 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역 여론이 지나치게 악화되자 이들은 전국구 의원으로 변신을 꾀해서 한, 두 번 전국구 의원을 하다가 물러나기도 하고, 바로 거절당해 의원직을 내 놓기도 했습니다. 당이나, 국회의 요직을 맡았던 분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일부 눈에 뜨입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의원들은 대부분 지난 총선 때 정리가 되었기에, 이 번 대선 과정에서는 별로 눈에 뜨이는 행동을 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 자금을 목적으로 영입된 경우 중, 본인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치 자금을 끌어오는 재주가 뛰어나서 영입된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가 출신이나, 기업인 단체의 장 출신으로 기업인들 사이에 마당발로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정몽준으로 단일화 될 가능성을 보고 끝까지 버티다가 막차로 한나라당으로 간 분들이 바로 주로 이 경우입니다.

이 경우 역시 누가 어느 경우에 해당되는 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한나라당으로 간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와는 정치를 같이 할 수 없다고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가 명확해 집니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 하에서는 정치 생명의 유지가 힘든 사람들입니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대통령 하에서 뒷거래 전문가는 설 땅이 없습니다. 국민 성금으로 정치하겠다 하고, 지구당은 진성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이 가능한 범위로 축소하라는 마당에 정치자금 전문가 역시 설 땅이 없어집니다. 그 동안의 행태에 대해 검찰의 수사라도 시작된다면 새 대통령이 막아 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결국 이들이 갈 곳은 부패가 여전히 일상화 되어있는 집단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은 피난처가 한나라당인 것입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이 정권의 부패에 대해서 어떻게 심판을 할 것인지를.

사람을 심판하자면 가장 큰 책임, 최종적인 책임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물어야합니다. 각종 부패와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을 영입한 최종 책임자는 누가 뭐라 해도 김대통령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까요? 민주당 역시 그가 만든 것이기에, 악정을 베푼 사람의 모든 흔적을 지우듯이 민주당도 심판하고 분해해 버려야 할까요?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나면 그는 자식들을 감옥에 보낸 불쌍한 노인에 불과해집니다. 민주화 투쟁을 하다 다리 마저 불구가 되고, 큰아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고, 막내아들은 어린 시절 내내 가족을 감싸고 돌던 공포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얻은 자폐 증상을 아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반 평생에 걸친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병든 몸과 병든 자식들만 남은 늙은 노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이 현 정권이 저지른 것과 같은 부패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뒷거래 전문가와 정치자금 모집책이 한나라당으로 탈바꿈해서 버젓하게 남아있는데 부패 청산이 가능할까요?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심판하고자 한다면, 한나라당으로 도망친 이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아니 이들은 물론이려니와 이들의 배후에 있는 실세를 심판해야합니다. 아직도 정권 주변에 머무르며 뒷거래 전문가나 정치자금 모집책과 대통령과의 연결책을 담당했던, 대통령 주위에 인의 장막을 치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던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누가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가 있습니까?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가? 어림없는 이야기입니다. 유유상종입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도 있지요. 부패 집단들끼리 통하는 인지상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이회창 후보가 관용과 타협을 내세우며 이들의 부패를 묻어둘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무엇보다 큰 부패는 여야가 함께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많습니다. 이들의 부패를 캐다보면, 이들 역시 한나라당의 부패를 폭로하며 맞불 작전으로 나올 것이 뻔하므로, "좋은게 좋은 거다"라며 허허 웃고 넘어갈 것입니다.

모든 책임은 불쌍한 늙은 노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돌아가겠지요. 김대통령의 성격 상 "모든 것은 내 부덕의 소치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를 바란다"며 쓸쓸히 퇴임하겠지요.

이 부패의 고리를 가장 확실히 끊을 수 있는 사람이 노무현 후보라는 것은 이 들이 그 동안 보여준 행태로 여실히 증명이 됩니다.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자 이들이 한 것은 노무현 흔들기 밖에 없었습니다.

후단협을 배후 조정하고, 그래도 안되니까, 일부 의원을 몽당에 보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자, 마지막에는 선수금 조로 몇 몇 의원을 보내놨던 한나라당에 중도금을 치르는 심정으로 휘하 의원들을 보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이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후보가 노무현이라는 확실한 증거이며, 노무현이야말로 이들을 심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후보라는 증거입니다.

현 정권의 부패를 심판하자고 합니다. 찬성합니다. 대찬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것입니다. 부패의 원류들을 다 받아들이고 있는 한나라당을, 이들의 배후를 보살펴 줄 것이 분명한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겁니다.

철새 의원들을 매개로 이루어진 현 정권 실세와 한나라당과의 검은 커넥션을 심판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부패의 고리는 절대 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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