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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몽의 함께 이 길을의 칼럼방
민생정치를 부탁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병폐가 하나 하나의 정치 일정을 매번 사생결단하듯이 달려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8.8 재보선이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과연 국민들이 8.8 재보선에 쏟는 관심은 얼마나 될까요? 즉, "8.8 재보선에 목숨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치권을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것이 제가 던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가지는 정치 혐오증의 가장 큰 원인이 뭘까요? 부정부패? 지역주의? 물론 그런 부분들이 정치 불신이 강하게 표출되는 계기가 되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계기일 뿐, 막상 표출되는 것은 '정치가가 정치를 위한 정치만을 하고있다'는 불만이라고 봅니다. 즉, 정치가를 국민과 함께 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기에, 정치가와 일반 국민이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돌고 있기에, 정당한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무관심하고, 소 닭 보듯 하고 있다가, 어떤 이슈만 생기면 맹렬히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한마디로 문제는 정치가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박정희 통치 시절 ( 그 때를 생각하면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에 이런 용어를 썼습니다 )을 생각해 봅니다. 그 때는 정치행위라는 게 4년마다 있는 대통령 선거와 같은 해에 있는 국회의원 선거뿐이었지요. 즉, 4년 중에 3년 반은 행정, 민생에 초점이 있고, 한 6 개월쯤 정치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물론 이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릇된 통치 행위가 있어도 이를 심판할 방법이 없으니 정부는 쉽게 오만해지고 온 갓 특권의식이 난무하고, 보이는 모습은 온통 정치가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습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치가 먹혀들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 시절이 좋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은 웬일일까요? 물론 언론의 왜곡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요. 또, 전쟁 직후의 최악의 가난의 상태에서 시작되었으니, 그 보다만 개선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 때는 열심히 민생을 챙기는 척이라도 했다는 점이지요. 사소한 민생문제에도 정부 담화가 나오고, 정당의 담화문이 나오는 것이 계속되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민생이 잘 되었던 안 되었던, 현장을 잠바차림으로 돌아다니던 박정희의 모습을 기억하며 민생을 챙기던 대통령으로 그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거의 매년 선거가 있어, 정부와 야당의 공과가 계속 평가를 받게되는 지금, 정치의 오만은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매 번의 정치 일정이 모든 민생 현안을 외면하게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잦은 평가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공헌하는 것보다 폐해가 더 심하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큰 정치란 국민들에게 직접 연관이 되는 일들을 꾸준히 챙기고, 선거는 그 결과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평소에 열심히 놀다가 벼락공부로 성적을 올리기 힘들고, 혹 그렇게 성적을 올려봐야, 그것이 진정한 실력이 아니기에, 큰 시험에는 결국 실패하게 되는 것처럼, 매 번의 선거에 사생결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은 정치 혐오증만 부추길 뿐, 정치가와 국민들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정치가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대 전제를 만족시키지는 못합니다.

물론 지금 민주당이 처한 상황, 노무현 후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재보선을 대충 치르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거와 무관하게 챙겨야 할 민생 문제는 챙겨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원론적인 부분만 언급하고 넘어가기도 그러니, 어차피 말이 나온 김에 지금 챙겨야 할, 구체적인 민생 문제를 하나쯤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지금 따져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라서... 어느 것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서해 교전이나, 의정부 여중생 사망 문제 등은 다른 분들도 많이 언급하고 계시기에, 저는 다른 분들이 별로 언급 안하고 있는 문제. 하지만 지역 민생에는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하나 언급하려 합니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부산 시장에 성폭행 혐의자가 당선된 것을 보고 많은 타 지역 사람들이 부산을 흉봤습니다. 물론 3홍비리, 지역주의 등이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원인 분석이나, 그런 원인에도 불구하고 성폭행 혐의자를 뽑은 것은 개탄할 노릇이라는 지적에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던 또 다른 요인이 있다고 보기에 이를 지적하고자합니다. 부산 아시안 게임과 관련한 부산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에 복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부산은 IMF의 타격을 다른 곳보다 크게 입은 곳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부산의 산업구조가 가지는 한계가 주원인이었습니다. 즉, 7-80 년대에 적합한 산업구조로 발전해서, 어차피 대규모의 산업 구조조정이 없이는 버텨나가기 힘든 산업구조를 가지는 상태에서 IMF라는 상황을 맞았기에 더 피해가 컸고, 극복도 더 어려웠던 것이지요. 또, 더 근본적인 문제를 따지자면,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의 피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곳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한나라당과 일부 수구 신문은 이를 김대중 정부의 영남 차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많은 부산 사람들이 이를 사실로 믿고 있는 것이 현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부산의 정치가들은 아시안 게임을 부산 경제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해 왔으며, 부산 시민들에게 이에 대한 큰 기대를 부추겨 왔습니다. 그러나 중앙 정부나, 중앙 정치권은 상대적으로 부산 아시안 게임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왔던 것이 사실이며, 이를 부산 시민들은 현 정권의 영남 차별 정책의 한 증거로 꼽아왔었습니다. 중앙 정부와 중앙 정치권에 대한 이런 불만들이 이번 지자체 선거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즉, 부산에 무관심한 중앙 정부와 중앙 정치권에 대한 어깃장이 성폭력 혐의자를 시장으로 뽑는 행위로 나타난 것이며, 그 어깃장의 원인 중에 하나로 아시안 게임에 대한 중앙의 무관심이 작용한 것이죠. 그런 분위기에서 "아시안 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여지껏 준비해왔던 사람이 다시 시장이 되어야한다"라는 주장이 먹혀들은 것이고요.

그러나 현 상황은 최악입니다. 부산의 공무원 노조는 시장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명백한 검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에서 시장이 제대로 된 권위를 가지고 시정을 지휘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장이 흔들리는데 시정이 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부산 아시안 게임은 누구 하나 앞장서 챙기는 사람 없이 각각의 부서별로, 기초 지자체별로, 참여 기업은 기업대로,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나서게 되어, 월드컵으로 한껏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깎아 먹는 최악의 아시안 게임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만일 그런 불행한 결과가 나온다면, 한나라당이나, 부산 정치권은 책임 모면을 위해서라도 그 책임을 또 다시 현 정부와 중앙정치권에 돌리겠지요.

그렇다고 공무원 노조에게 아시안 게임이 끝날 때까지 시장의 성폭력 문제를 덮어두라고 요구하거나, 부산시민에게 시장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의 시장이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다는 문제는 아시안 게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쉬쉬하고 덮어두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골치 아픈 문제는 피해 가느냐, 아니면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느냐가 큰 정치와 작은 정치를 가름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또, 골치 아픈 문제라고 피해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다른 정치인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온 중요한 장점입니다. 시장의 성폭력 혐의를 밝히고, 재판까지 완결짓고, 새 시장을 뽑아서 아시안 게임을 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9월에 치뤄질 아시안 게임을 8.8 재 보선이 끝나고 나서 챙긴다는 것도 때늦은 일이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부산 아시안 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중앙 정치 일정과는 무관하게, 여야 공동의 지원반을 꾸리자는 것을 한나라당에게 제시하고, 부산이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을 검토하여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지금 한나라당의 안상영 시장 체재로는 적절한 대책을 세울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뽑은 것이 부산 시민이니, 망치든 말든 부산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놔두는 것은 너무도 속 좁은 일입니다. 아시안 게임이 망쳐지면 그 피해는 부산의 정치권이나, 시장이 입는 것이 아니라, 부산 시민이 입는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위상이 손상을 입는 일입니다.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면 다른 세력들이 나서 이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해 주어야합니다. 그것이 민생 챙기기이고, 바로 정치입니다. 8.8 재보선 만이 정치가 아니고, 아시안 게임 챙기기가 오히려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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